을섭씨의, 다섯 번째 딸이야기

코스모스처럼 예뻤다.

by 후리지아


더운 여름날에 여섯 번째로 딸이 태어났다. 을섭씨는 길쭉길쭉하게 태어나고 잘 생기게 태어났다고 지금도 말씀하신다. 을섭씨는 엄마를 유일하게 닮은 다섯 번째 딸을 예뻐했다. 어떻게 아느냐? 엄마가 말씀하실 때 표정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코스모스처럼 길쭉길쭉한 내 동생은 예뻤다.


술지게미

올해도 꽃이 피는 봄이 왔고, 어느 봄날에 새록새록 추억이 하나 떠오르는 날이다. 어린 시절에 코 흘리던 시절 이야기다. 코스모스를 닮은 예쁜 내 동생이 있었다. 동생은 팔다리가 길쭉길쭉하면서도 단발머리에 나보다 헐씬 예쁜 아이였다.


해 질 녘, 집 밖을 나가보니, 동생이랑 윗집 또래 아이가 비틀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두 아이 모두 키득키득, 히죽히죽 웃고 있었고, 밭두렁과 도랑 사이 길을 아슬아슬, 넘어질 듯 말 듯, 도랑에 빠지기 일보직전인 모습이 네게 보였다.


깜짝 놀라서 달려갔고, 뭔가를 먹었다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술지게미였다. 그때는 막걸리를 수제로 만들어서 마시던 시절이었는데, 달콤했던 술지게미를 야금야금 먹었던 모양이었다. 술지게미란?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를 말하는데 나도 가끔 먹어보면 아주 달콤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때 기억을 잊지 않고 가끔 꺼내 볼 때가 있는데, 작은 아이들이 술지게미에 취해서, 웃음기 가득했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뻤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곤 한다.

혼자 본 것이 아까울 정도로 재밌는 추억의 한 장면이다.


코스모스 꽃처럼 길쭉길쭉 예뻤던 내 동생, 중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난 동생이 예쁘다.

동생아 알고 있지? 이 언니는 언제나 내 동생 편이라는 것을, 나보다 더 예쁜 내 동생아~ 우리 만나는 날 술지게미 이야기 나누며 이야기꽃 피워 보자꾸나.

문득, 벚꽃이 휘날리는 어느 봄날에 얼굴 한 번 보면 좋겠다 싶어지는 날이다.


40년 동안 함께한 나의 꿈/ 후리지아 지음 중에서


이 글은 올봄에 동생을 생각하며 썼던 글이다. 내 동생은 야무지고, 똑똑하고 뭐든지 잘한다. 뜨개질로 골프공에 모자를 씌어서 선물로 받은 적이 있는데, 귀여워서 잘 간직하고 있다.


을섭씨의 다섯째 딸은 멀리 살고 있어서 자주는 못 만나지만, 언니들이 동생이 바빠서 안 놀아 준다고 서운해하지 않는다는 것 알지? 하는 일 잘하고 예전처럼 약방에 감초처럼 언니들 놀아주길 바란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알아주길 바라며, 건강하고 웃음 가득한 삶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