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섭씨와 여행했던 이야기

여주 1박 2일 여행하기

by 후리지아

올봄 4월 마지막 날에, 80이 넘으신 어머니 을섭씨와 두 명의 딸이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도착지는 평지에 있는 절이었고,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여주 신륵사다. 다른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딱 중간지점으로 정했다. 하늘도 맑고 꽃들도 예쁜 날이었다.


석가 탄신일을 며칠 앞두고 가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다니러 왔다. 불공도 드리고, 사진도 찍고, 엄마랑 둘이 왔을 때 보다 언니가 함께하니 일사천리다. 우리가 알지 못해 못 보던 귀한 풍경도 알려주고, 한껏 더 정겨운 시간이었다.


점심은 여주 특산 쌀밥으로, 석식은 크림 스파게티로, 조식은 뷔페로 먹었다. 어머니가 뷰가 좋은 호텔레스토랑에서 크림 스파게티를 드셨고, 조식은 향이 좋은 아메리카노와 뷔페를 드셨는데, 이런 편한 아침은 내가 더 뿌듯하고 좋았다. 이런 시간을 가졌다는 자체가. 해외여행은 아니더라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편히 주무시는 어머니 모습이 보였다. 3시간은 세 모녀가 낮잠 자는 것으로 보냈다. 그다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쩌랴, 어머니가 즐겁고 편하면 되었지. 많은 이야기를 할 것 같았지만 실은 너무 조용했다. 이야깃거리는 다 어디로 갔는지, 얘기한 것이 별로 없었다.


자고 난 다음날은 유람선을 타고 싶었으나 어머니의 의지로 타지 못했다. 세종대왕릉도 길을 잘못 들어서 못 갔고, 유람선도 다음번에 타는 걸로 여지를 남겨두었다. 가깝기도 한 교통편, 먹 거리, 볼거리, 놀 거리 연세 드신 어머니와 보내기가 괜찮다 싶은 곳이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어머니와 더 늦어지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여행, 가끔씩 시간 만들어서 더 해드려야겠다. 엄마한테 다 잘했는데, 옛날이야기 궁금해서 물어보다가, 내 주장을 너무 강하게 표현하는 바람에 엄마가 당황해하셨다.


'엄마, 여행이 좋은 이유는 어떤 이야기든지 가볍게 듣고 잊어버릴 수 있어서 좋은 거예요.'라고 말씀드렸지만,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혹시라도 마음에 담고 계실까 봐.

다음번 여행은 그런 일이 없도록 신경을 좀 더 써야겠다. 어머니가 작게나마 행복하셨기를 바라본다.


을섭씨와 세 번째 신륵사를 방문하고, 여행했던 이야기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엄마도 여자잖아요.' 가끔은 익숙한 삶에서 잠깐 벗어나 콧바람을 쐬고 싶은 것, 바쁘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넷째 딸이 실행하곤 한다. 나만의 느리게 가는 시간여행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