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숲
시골집 친정에 도착하니 송편이 보였다. 밤송편, 콩송편이다. 조카들이 미리 와서 빚어 놓은 모양이다. 요즘은 송편 빚는 가정이 별로 없는데, 힘은 들었겠지만 색다른 경험이었기를 바라본다. 어릴 적에 나는 밤송편 빚는 것을 좋아했었다. 동그랗게 생겨서 만들기도 쉽고, 맛도 최고였다. 오랜만에 기증떡도 보였다. 막걸리향이 가득했던 그 맛은 아니라서 옛날맛이 안 났다. 맨드라미로 수를 놓아 달콤하고 예뻤던 기증떡이 아쉬웠다. 조카들은 그 맛을 알려나 모르겠다.
조카들은 자기들끼리 그 나이에 맞는 놀이를 하며 웃어댄다. 그들만의 세계를 만난 것이다. 작은 사회에 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그러면서 세상을 만들며 살아간다. 어른들은 부모님을 중심으로 또 다른 놀이에 집중하며 웃어댔다. 심심했을 부모님을 위한 놀이다. 얻으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려놓는 게 목적이다. 추석을 핑계로 유한한 부모님과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가 본다.
가족들이 이모(고모)가 글을 쓴다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할머니의 딸들 이야기가 신기하다며 읽고"좋아요"를 눌러주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 쓸걸 그랬다. 조카들이 재미있어할 이야기를 수집해 봐야겠다. 오늘부터 숙제가 생겼다. 자기 부모님 이야기가 궁금한 모양이다. 마침,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써달라며 소재를 던져주는 동생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럴 때 글 쓰는 재주가 특출 났으면 좋았겠다, 싶어진다.
추석날에 비가 내려 집에서만 복작거리다, 집 근처에 있는 호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잠시 소강상태라 산책하며 사진을 찍었다. 관광지인 만큼 다니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비가 와서 카페가 인기장소였다. 엄마는 차를 마시다가 졸고 계셨다. 가족들 먹거리를 만드시느라 고단하셨던 모양이다. 조금 멀리 산책하고 싶었으나, 멀리 걷지 못하는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걸을 수 있을 때 따라다닌다고 나서시는 모습이다.
추석은 가족의 마음을 이어 주기도, 멀어지게도 한다. 자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는 살아갈수록 알게 된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할 때, 또다시 앞으로 전진할 수가 있다. 혼자만 살아간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한 번씩 양보와 배려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고향길에 느끼는 것이 있었다. 마음이던지, 집이던지,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작은 숲"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다가 지쳐서 힘들 때, 잠시 머물러 쉴 수 있는 공간말이다. 지금은 부모님이 계셔서 편히 쉬어 갈 수가 있다. 한 동안 손 수 만들어 주신 밑반찬으로 밥 상이 차려질 것이다. 몇 개씩 챙겨 온 야채가 행복을 준다. 평생 해오신 농사짓는 기술로 넉넉한 나눔이시다. 올 추석도 풍성하게 부모님 사랑을 받고 왔다. 나만의 "작은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