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쉼의 공간

가을비가 살짝 멈춘 날에

by 후리지아

주말에 가을비를 피해서 산책을 나갔다. 들길로 산책을 하다가, 좋아하는 코스모스 대신에 핑크뮬리를 만났다. 흐린 가을 하늘이었지만, 그만에 낭만이 있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흐린 하늘과 핑크뮬리가 찰떡같이 어울렸다. 핑크 빛으로 물들어있는 핑크뮬리를 찍고 또 찍어서 담아본다.


약간 타이트한 삶의 한 부분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비어낼 수 있는 쉼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럴 때 들길로 산책을 나가 넓고 파란 하늘과, 제 멋대로 쭉쭉 뻗은 나무들과,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내민 들꽃들을 바라볼 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가 맑아졌음을 느낀다. 그래서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장작에 불을 지피려면 장작과 장작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장작들을 빈 공간 없이 너무 촘촘하게 붙여놓으면

숨 쉴 공간이 없어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우리 삶도 이처럼 쉼의 공간, 비움의 시간이 없으면

아무리 귀한 것들로 가득 채웠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전혀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귀한 삶의 완성은 우리가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보다

비어 있는 쉼의 공간이 만들어줍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중에서 / 혜민 지음


삶의 완성은 '쉼의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좋은 글이 있어 공감해 본다.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좋은 계절을 비움의 시간, 산책으로 완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여 생각을 쉬게 했을 때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들길로 산책하며, 걷고 또 걸었던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