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소풍 길'
-안도현
따라오지 마라 했는데도
끝까지 따라오는
요놈, 꽃다지
또, 꽃다지
오늘은 소풍 가는 날입니다. 며칠 전부터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세뱃돈 받은 것을 제외하면 오늘이 용돈을 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넉넉지는 않지만 과자도 사먹을 수 있고 물총도 사서 친구들과 물총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소풍 가는 길은 길마다 꽃길입니다. 소풍 가는 길이 꽃길일 수밖에 없는 것은 봄꽃이 피는 계절에 인근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곳으로 소풍을 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풍으로 인해 온 마음이 온통 꽃으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좁은 교실에서 교과서와 씨름하고 교과서를 붙들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학생의 도리이자 본분이라고 배웠기 때문이죠. 소풍은 공식적으로 이 책들과 잠시나마 이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러니 매일 보던 길섶의 꽃들도 새롭게 보이고 노란색 꽃들은 모두 꽃다지로 보입니다. 야유회를 가도, 놀이동산을 가도 휴가를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을 얻습니다. 마음의 위안은 대상의 모습을 새롭게 보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니 지천에 핀 봄꽃들이 꽃다지로 보일 수밖에 없지요. 소풍 가는 길 내내 마음은 꽃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길은 학교 가는 길이었고, 길섶의 꽃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길은 소풍 가는 길이고, 길섶의 풀들은 모두 꽃다지로 보입니다. 똑같은 길이지만 마음이 풀밭을 꽃밭으로 만든 것입니다. 교과서와 씨름하고 교과서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하나의 과정이라면 교과서에서 나름의 꽃을 찾을 수 있다면 일상이 모두 꽃다지가 아니겠는지요?
우리네 인생길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고 꽃밭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등산할 때 산의 정상만을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오르는 길이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상보다 올라가는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등산길 전체가 꽃밭길이 될 수가 있습니다. 오늘을 소중한 삶의 과정으로 보았을 때 오늘이 소중한 것이지, 오늘을 내일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의 소중한 가치는 퇴색하고 맙니다. 오늘은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 아래서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꽃길로 만드는 길임을 이 시를 읽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