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읽고
네이버에 들어가면 관심있는 주제 별로 여러가지 글들을 보여준다. 처음엔 요리, 스포츠, 영화, 책 등의 주제를 선정해놓고 글을 추천받다가 책 빼고 보지 않아서 책방이라는 주제의 글들만 보았는데, 그 글에서 추천한 책이 바로 <소고기를 위한 변론>이었다. 얼마전 환경에 대한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어 환경에 대해 관심도 살짝 생긴 겸 이 책을 읽어보았다.
대략 400페이지 정도의 긴 글인데 딱 3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1) 소고기는 환경을 파괴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다.
2) 소고기는 인간의 건강에도 매우 유익한 식품이다.
3) 단, 목초지에서 소를 기른다는 전제 하에서!
이 3가지의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면 이 책을 따로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나머지 수백 페이지는 이 세 가지의 명제를 입증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와 데이터 통계를 인용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살짝 더해진 작가의 경험들?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궁금해할 독자분들을 위해 보충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작가가 지적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소고기에 대한 오해다. 참고로 내 생각이 아닌 작가의 말을 옮긴 것이다. 여기서 내 생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글의 말미에 서술하겠다.
첫 번째 소고기는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한다. 많은 채식주의자가 육식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생각하여 채식을 한다고 한다. 이 지적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포함된다.
우선 소의 방귀와 트림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하여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며, 소를 키우는 데에 너무 많은 물이 사용되고 소의 분뇨가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그리고 소의 사료를 먹이기 위해 수많은 숲과 자연이 파괴되어 경작지로 바뀐다.
작가는 우선 메탄가스는 탄소와 달리 지구 온난화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탄소처럼 엄청난 기간 동안 대기 중에 머무르지 않음을 지적하고 게다가 소에서 나오는 메탄은 자연적으로 항상 존재해왔던 것임을 지적한다.(즉,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 그리고 소를 키우는 데 물을 많이 사용된다는 지적은 잘못된 연구 결과에 의한 것이며 소를 먹이기 위한 사료를 기르는데 쓰는 물의 양을 단순 계산하여 포함된 것이라 정확하지 않다고 보았다. 가령 소가 사료가 아닌 목초지에서 기른다면 물 사용량은 실제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게다가 그 물이 목초지의 수많은 자생식물과 야생동물, 미생물을 기르는데 이용되므로 오히려 더 생산적으로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공장식 사육과 달리 목초 사육은 소의 분뇨가 목초지의 거름이 되므로 해당 토지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소는 식물의 윗부분을 계속 먹어치우면서 식물의 죽은 잎 부분을 날리고 생장점이 햇빛을 받아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죽은 식물을 소가 밟고 지나다니며 죽은 식물은 토양에 묻혀 탄소를 다시 땅으로 돌려보내는 역할까지도 해낸다. 또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아마존을 개간하여 경작지로 만드는 콩은 대다수가 소의 사료로 이용되지 않으며 소를 목초지에서 사육할 경우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작물을 재배하는 땅은 트랙터로 경작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미생물이 죽게 하고 작물을 안 기르고 쉬는 휴경지 상태에서 토양 침식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해당 지역을 사막화시키지만 소는 목초지를 유지하게 하고 토양 침식을 예방하며 해당 토양의 생태계를 유지한다. 그래서 환경을 위해 콩이나 두부를 먹는 채식보다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고기를 먹는 것이 더 친환경적인 식생활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소고기는 인간의 건강에도 매우 필수적이다. 과거 적색육은 인간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보았다. 대사 증후군을 일으키고 비만이나 성인병의 주범이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작가는 소고기 소비량은 지난 100년 전보다 훨씬 감소했음에도 지속적으로 대사 증후군이나 성인병, 비만 등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런 건강 악화는 설탕이나 가공 식품 섭취의 증가가 원인이지 소고기 자체가 원인이 아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마사이 족이나 이누이트 족의 생활을 보면 대부분의 영양소 섭취를 고기를 통해서 얻는다. 심지어 이누이트 족이 얻는 영양소 중 80%가 동물의 지방이다. 동물의 지은 혈관 질환을 일으킨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들은 초기 영유아 시기의 생존만 견뎌내면 70~80세까지도 건강하게 활력이 넘치게 생활이 가능하다. 작가는 오히려 인간의 영양 상태가 수렵 채집 시기보다 악화된 것은 농경 사회 전환 이후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채식주의자가 건강 악화로 다시 고기를 섭취하는 것을 보아왔다고 말하기도 하고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필수적임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다이어트의 한 방향인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방향과 일치한다.) 그리고 작가는 인간이 수천년간 먹어온 음식이 GMO나 대체육, 배양육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작물이나 고기보다 훨씬 안전한 것임을 강조한다.
단 위의 주장들은 모두 목초지에서 소를 길렀을 때 해당된다. 이 책에서 계속 언급하는 "소가 문제가 아니다. 방법이 문제다(It's not the cow, It's the how)"라는 말은 이 조건을 말하기 위한 적확한 표현이다. 공장식 사육의 소의 분뇨는 실제로 많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공장식 사육에서 자유를 제한하고 방부제를 놓는 것은 소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좋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목초지에서 생산한 소고기의 품질이 공장식 사육에서 소고기의 품질보다 우수하며 우유도 목초지의 소의 젖이 단백질이나 영양소의 함량이 훨씬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작가는 소고기 자체를 반대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르지 못한 소고기 사육 방법을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과거 금주론자들이 사과로 사과주를 만든다면서 사과 나무를 공격한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소고기 사육 방법이 틀렸다고 소고기 공격하지 말자.)
사실 소고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오해는 잘못된 것임을 다이어트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느꼈지만 작물 재배보다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시선은 꽤나 신선한 관점이었다. 물론 직접 소를 키우는 목장을 운영하는 작가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다소 치우친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번역본이라 확실하지 않겠으나 책을 읽다보면 작가는 소고기에 대한 신화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마치 소고기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 같이 보이는..?) 그래도 수십년간 채식주의자로 살아왔으며 워터키퍼에서 일한 작가의 경력으로 봤을 때 목장을 운영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주장들을 무시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리고 수많은 통계와 데이터 덕분에 작가의 주장은 매우 일리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소고기는 옳다"기보다
"나 같은 사람은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라는 점이었다. 작가는 수많은 연구와 통계로 사람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줬던 연구와 통계를 반박하며 자신의 주장을 편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와 통계가 연구자의 직관으로 대충 결론지어지는 경우도 많고 아니면 특정 이익집단이 원하는 방향에서 결론지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담배 업계는 암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돌리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가 인용한 연구와 통계는 다 정확할까? 글 초입에서 내 생각이라기보다 작가의 주장이라고 말한 것은 이제 통계나 데이터를 어떻게 믿어야할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하다 한들 나 같은 비전문가가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렇게 살았다가 몇십년 뒤에 사실은 이게 잘못되었다고 하면 그렇게 살아온 내 삶은 어떻게 되는걸까? 물론 인터넷이나 책을 읽어가며 내 스스로 더 알아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심지어 전문가가 되더라도 확신할 수는 없다.)
이 지점이 지식의 매력이긴 할 것이다. 마치 절대적 진리인 것처럼 멋있게 우리 앞에 펼쳐지지만 신기루처럼 무너져버리는 지식도 허다하다. 그래서 독서는 지식의 바다에서 작은 돛단배 하나 타고 여러개의 나침반 중 뭐가 맞을까 하며 돌아다니는 것인가보다. 이런 이유로 모든 지식은 경계해야 하고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는 것에 항상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평생 모든 결정을 미루고 의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한테 시간은 짧으니까. 우린 당장 먹어야 할 저녁 식사를 정해야 하니까.
그래서 소고기 먹을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