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페이지, 정해지지 않은 결말

by Kidult

“가장 다양한 것을 도전할 수 있는 시기에 멈춰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2021년 UN 지속가능발전목표 모멘트 연설에서 방탄소년단 지민이 했던 말입니다. 학교 수업 때문에 등 떠밀려 본 영상이었지만 생각보다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잠시 영상을 멈추고 좋은 문장 몇 개 정도를 메모지 한편에 적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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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이면 한창 진로 고민이 많을 땝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즐겁게 근황 토크를 하다가도 항상 결론은 ‘우리 뭐 해 먹고 살지’, ‘언젠가는 꿈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스럽고 어두운, 어쩌면 암울하기까지 한 이야기로 끝을 마무리하곤 합니다.


서로의 고민에 공감하기 바빠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도 잠시, 집에 돌아와 홀로 책상에 앉을 때면 또다시 공허함과 무료함이 우리를 덮치는 게 바로 현실이죠.


무엇보다 머리가 더욱 지끈거리는 건,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이고도 심오한 저 질문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한은] 한평생 끊일 일이 절대 없다는 겁니다. 이 무슨 굉장히 불편한 사실 아닌가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그 오랜 방황 끝에 어렵사리 전업을 갖고 나서도 우리는 매번 다른 이유로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게 말입니다.


확실히 학년이 높아져서 그런지 요새 친구들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열심히 사는 ‘척’을 성실하게 해왔더니 진짜로 열심히 사는 친구들, 배울 점 많고 역량이 뛰어난 친구들이 주위에 정말 많더라고요. 동기 부여도 많이 받고 선한 영향력도 많이 받고, 얻어가는 게 참 많은 요즘입니다.


근데 가족, 친구, 선배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제가 최근에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들 모두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린 아직 어리니까 길은 언제든 찾을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다.’


근데 이상하게도 저는 저 말을 들을 때마다 위안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더군요. ‘조급할 필요 없다’, ‘괜찮다’. 다들 저를 생각해서 해준 말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이 많은지, 또 얼마나 자주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깥으로 많이 표출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다 같이 겪는 성장통이니까, 안 좋은 감정에 대해 푸념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어쩌면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단 서로 고민을 나누고 훌훌 털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상 훨씬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저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하다 보면 주변인도 지치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본인이 스스로 한계를 짓고 무기력해지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더라고요.


예전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의 한 도서의 구절을 빌리자면, 시간이 지날수록 말과 생각, 행동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나중에는 정확한 선후를 파악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막막함을 토로하면 할수록 제 사고도 행동도 필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페이지가 한참 남았는데 벌써부터 엔딩이 정해진 것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역시 방탄소년단이 유엔 연설에서 했던 말입니다. 어쩌면 저는 그동안 엔딩을 일찌감치 정해두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우리 너무 놀아서 너 눈에 한심해 보일 것 같아’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적잖게 들었을 정도로 저는 겉으로는 낭만 따위는 없고, 지극히 현실주의적이고, 정신력 강하고, 성과주의적인 것처럼 보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그리 계산적으로 팍팍하게 살고 싶지도 않고, 그냥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천천히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은 일반 대학생일 뿐입니다. 그런 제가 도대체 왜 엔딩을 정해놓고 살았는지 모르겠네요.


작가라면 그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페이지가 한참 남았는데 주위 장애물에 흔들려서 정해진 결말을 쓰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애초에 정해진 결말이란 것 자체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장 다양한 것을 도전할 수 있는 시기에 멈출 수만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엔딩 생각 안 하고 제 멋대로, 제 페이스대로, 그러나 또 눈에 띌 정도로 움직여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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