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 끝나간다. 3월이 온다는 것이고 개강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말이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대학원생인 나는 방학 내내 학교에 나갔다...
그렇지만 나는 개강 공포증을 앓고 있어서 3월 개강을 생각만 해도 얕은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 방금도 한번… 그래서 그런지 요새 유독 뒷목이 뻣뻣한데 해가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
며칠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뻐근함이 뒷목에서 온몸으로 뻗치더니 지하철 좌석에 앉아서 간단히 목을 돌리거나 뒤로 젖히거나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만큼 한계에 다다라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가슴에 숨을 가득 채우고 우렁차게 소리지르며 뱉어내거나 갑자기 좌석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비켜서게 한 후 다운독을 할 뻔한 나를 간신히 진정시켰다.
이 둘 중 하나를 정말로 하자면 뭐가 나을까?
2호선 고라니녀vs 지옥철 다운독 빌런
당신의 선택은?
나는 다운독 빌런... 어쩌면 반응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꽉꽉 들어찬 사람들 사이를 비집을 때 약 5초 동안의 수모만 견딘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겠지만 나는 미친 건 아니니까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면서 잽싸게 공간을 확보한 후 두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팔과 다리의 공간을 세팅하고, 여기다 싶을 때 엉덩이를 들어올리면 된다.
이 광경을 상상해보니까, 정확히는 8시 30분쯤에 열차가 을지로입구역을 지나고 있을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두 걸음 앞으로 옮겨 우향우(또는 좌향좌) 1회 후 자세를 잡고 내려가... 위의 과정대로 다운독을 실시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어쩌면 이것은 행위예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명은 박수를 쳐줄듯?
다운독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요가원 두 군데를 스쳐지나가던 때 질리도록 했던 동작이다. ‘다녔다’고 할 만큼의 출석률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양심껏 스쳤다고 말한다. 아무튼 두 곳 모두 배우는 동작 중에서 다운독의 비율이 가장 높다. 다운독을 할 때는 뒷꿈치를 바닥에 딱 붙이고 다리를 쫙 펴야 되는데 이것은 정말로 오금이 저린다. 오금이 터지기도 하나? 내껀 터질 것 같은데...이런 걱정이 될 만큼, 할 때는 고통 그 자체지만 여러번 반복 후 수업이 끝나고 나면 온몸이 정말 가벼워진다. 하루는 몸이 정말 깃털처럼 가벼워서 집까지 뛰어간 적이 있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나랑 같이 다녔던 한 친구도 자기도 몸이 너무 가벼워서 뜀박질로 귀가한 적 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얘가 길에서 뛰고 그런 사람이 아닌데... 요가, 특히 다운독은 몸이 가벼워지는 데 정말로 큰 도움이 된다.
출근길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승모근 두께를 세로로 쌓으면 열차 한 칸만 해도 엄청날 것이다. 어깨에 불안과 걱정과 삶의 무게와 풀리지 않는 피로가 쌓일대로 쌓여 따로 옷걸이가 필요 없을 지경, 각자 자신만의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들도 온 몸의 뻐근함이 나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다운독을 하는 것은 첫째로 수행이자 둘째로 타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 칸의 작은 유행이 될지도? 그러면 그 칸은 이런 질서 아래 놓일 것이다. 노약좌석 사이의 공간이 다운독 존이 되고, 각자 내리기 두 정거장 전 쯤 줄을 선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자신의 차례가 오면 머뭇거림 없이 즉시 자세를 취한다. 그렇게 다운독을 3회 실시하고 하차한다. 이보다 더 개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이로써 집단 행위예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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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이나 쓰고 앉아있는 것으로 봐서 나는 지금 시간이 많은 것 같다. 많지 않지만 많은 상태, 여유롭지만 여유부릴 때가 아니지만 여유를 부리지 않을 수 없는 상태...?
일요일 두시의 여유를 포기할 수 없다. 교회 솔리스트를 마치고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서 일상의 여유를 되찾는 중이다. ‘일상의 여유’는 순화어다. 친구들한테 얘기할 땐 ‘나 지금 카페에서 노가리 까는 중이야’ ...라고 말하기 때문에. 아무튼 지금은 일요일 두시가 조금 넘었고 쓸데없는 소리나 늘어놓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중이다.
아무튼의 아무튼. 여기부터가 진짜 본론인데 이제 정말로 3월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매년 1,2월엔 대체로 우울하다. 일단 추운 날씨에 질릴대로 질렸고, 방학이라 단기간 무소속 상태이며, 학기 중보다 나태할 수밖에 없어서 한마디로 생산성 제로 인간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를 좋아하기가 어렵다. 챗 GPT의 생산성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좋겠다...진짜로...
아이고, 또 아무튼! 특히 2월 말은 실제로 할 게 많아지기 때문에 슬슬 시동을 걸어야 한다. 다행스럽게 며칠 전에 2학기 실기곡을 확정하는 것으로 시동이 무사히 걸렸다는 소식. 3월부턴 독일어를 정말로 정말로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갈길이 멀어서 막막...먹먹하다. 나 유학갈 수 있을까? 챗GPT에게 물어보면 답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