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모든 것 시리즈 A: 「알쓸설탕」(알아두면 쓸모 있는 설탕 지식)
설탕 두 스푼, 프림 한 스푼. 한때 한국인의 표준 커피 공식이었다. 지금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시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달달한 커피를 마신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믹스커피가 여전히 익숙한 선택이다(식약처 2023년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은 믹스커피를 블랙커피보다 2배 많이 섭취).
만약 오늘부터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날은 꽤 괴롭다. 입에서 뭔가 빠진 느낌이다. 커피의 쓴맛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이걸 왜 마시지?" 싶을 수도 있다.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인간의 혀에는 단맛을 감지하는 T1R2, T1R3라는 수용체 단백질이 있는데, 이 수용체는 매우 낮은 농도의 당에도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진화적으로, 단맛은 "이건 에너지원이야, 먹어도 안전해"라는 신호였다. 설탕을 넣은 커피에 익숙해진 미각은 일종의 '기준점(baseline)'을 갖고 있어서, 갑자기 그 기준이 사라지면 맛의 공백이 느껴진다.
하지만 미각에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적응(adaptation)'이다. 새로운 맛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미각 체계가 기준점을 재설정한다.
이걸 실제로 실험한 연구가 있다. 미국 모넬 화학감각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의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3개월간 식단에서 단순당(simple sugar)을 줄이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이전과 같은 농도의 당 용액을 맛보았을 때 "더 달게" 느꼈다. 미각의 민감도가 올라간 것이다(Wise et al., 2016,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쉽게 말하면, 2~3주만 참으면 블랙커피에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맛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두의 산미, 초콜릿 같은 고소함, 과일 향. 이런 맛들은 원래 거기 있었다. 설탕이 그 위를 덮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예전에 마시던 설탕 커피를 한 모금 마셔 보면 "이렇게 달았어?" 하고 놀라게 된다. 미각이 재보정된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이 변화가 이미 사회적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의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믹스커피 섭취량은 2019년 대비 줄었고 블랙커피 섭취량은 늘었다. 이에 따라 음료를 통한 당류 섭취가 하루 12.5그램에서 10.7그램으로 감소했다. 하루 1.8그램 차이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1년이면 약 657그램, 각설탕 219개 분량이다.
사실 커피에서 설탕을 빼는 건, 건강 문제만은 아니다. 맛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만 원짜리 스페셜티 원두의 복잡한 풍미를 설탕이 전부 가려버리는 건 좀 아깝지 않은가. 와인에 사이다를 타 마시는 사람은 없는데, 커피에는 왜 설탕을 넣는 걸까.
물론 설탕 커피가 나쁜 건 아니다. 맛있으면 그만이다. 다만, 블랙커피를 "못 마시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안 마셔본 것"일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내일 아침, 한 잔만 블랙으로 마셔 보시겠는가? 첫 모금이 쓰더라도 괜찮다. 미각이 재보정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참고 자료
Wise, P.M. et al., "Reduced dietary intake of simple sugars alters perceived sweet taste intensity but not perceived pleasantness,"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Vol.103, No.1, 2016, pp.50–60
식품의약품안전처, 「우리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실태」, 2023년 발표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다음 편 ― 「과일은 설탕 범죄의 공범인가」: 사과 한 알의 과당과 콜라 한 캔의 과당, 같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