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설탕 범죄의 공범인가

설탕의 모든 것 시리즈 A: 「알쓸설탕」(알아두면 쓸모 있는 설탕 지식)

by 조종주

사과 한 알에는 당류가 약 12그램 들어 있다. 코카콜라는 100밀리리터당 약 11그램. 숫자만 놓고 보면 사과와 콜라의 당 함량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과일도 설탕 덩어리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과당이라도 과일과 가공식품은 몸에서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핵심 차이는 세 가지다.

첫째, 섬유질이다. 과일에는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당의 흡수 속도를 물리적으로 늦춘다. 사과를 통째로 씹어 먹으면 당이 천천히 흡수되지만, 사과를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섬유질이 파괴되어 흡수가 훨씬 빨라진다. 같은 사과인데 형태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혈당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


둘째, 영양소의 동반 효과다. 과일에는 당류만 있는 게 아니다.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 폴리페놀 같은 생리활성 물질이 함께 들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천연 식품에 포함된 과당은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 다른 영양소들의 작용이 더해지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받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셋째, 먹는 속도와 양이 다르다. 사과 한 알을 먹는 데는 5분쯤 걸리고, 그 사이에 어느 정도 포만감이 온다. 하지만 사과 3~4개 분량의 과즙이 담긴 주스 한 잔은 30초면 마실 수 있다. 같은 양의 당이라도 몸에 들어오는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과일은 무죄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며, 과다 섭취 시 지방으로 전환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문제는 "과당 자체"가 아니라 "과당의 양과 속도"다. 과일을 통째로 적당량 먹는 것은 괜찮지만, 주스·말린 과일·과일 스무디 형태로 대량 섭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주의할 것은 '액상과당(고과당 옥수수 시럽, HFCS)'이다. 이름에 "과당"이 들어 있어 과일의 당과 혼동되기 쉽지만, 옥수수 전분을 가공하여 과당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인 인공 감미료다. 설탕보다 달고, 가격이 저렴하며, 액체라서 가공식품에 첨가하기 편해 탄산음료·과자·소스 등에 널리 쓰인다. 섬유질도, 비타민도, 항산화 물질도 없이 당 성분만 있으며, 체내 흡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정리하면 이렇다. 과일은 설탕의 공범이 아니라, 같은 성분으로 된 전혀 다른 존재다. 열쇠는 "형태"에 있다. 통째로 씹어 먹는 과일은 괜찮고, 갈거나 짜거나 말려서 먹으면 위험해진다. 이 한 가지 원칙만 기억하시면 된다.


과일을 먹을 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다만 주스보다는 통과일을, 말린 과일보다는 생과일을 고르시라. 자연이 포장한 그대로가 가장 좋다.




참고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천연 식품 내 과당에 대한 공식 설명 (식약처 홈페이지)

한국영양학회 학술지, 「우리나라 다빈도 섭취 과일의 당 함량 및 혈당지수에 관한 연구」




다음 편 ― 「흑설탕이 더 건강하다는 건 거짓말일까」: 색깔이 다르면 몸에도 다를까? 그 믿음을 팩트체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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