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후려치는 듯한 소리에 관하여
돌이 굴러가는 듯한 큰 소리를 낸다고 해서 로큰롤 뮤직이라 불리는 록 뮤직. 록이라는 글자는 뭔가 마음에 와닿지 않아 본 글에서는 롹이라 칭하기로 한다.
초창기의 롹 음악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사운드와 템포의 음악이었겠지만 이미 더더욱 자극적인 음악들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귀여움마저 느껴질 듯한 분위기의 노래들이었다.
https://youtu.be/ZgdufzXvjqw
롹 이야기에서 영웅 엘비스의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 되겠지만, 나는 과감히 빼기로 하고 ‘사운드’의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 비틀즈 이야기를 하고 싶다.
https://youtu.be/vWW2SzoAXMo
기타는 거친 소리를 뿜어내고, 보컬은 악을 쓰다시피 소리를 지르고 드럼도 이전의 음악들에 비해 훨씬 강렬하다. 이런 실험적이고 과감한 음악은 처음 나올 때 보통 엄청난 혹평을 몰고 오기 마련이다. 만약에 White Album 이전에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낸 비틀즈가 아닌 다른 음악가가 이런 음악을 발표했다면 대중에게 ‘음악이 아니고 소음이다’ 정도의 욕을 먹고 잊혀져 갔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밴드가 있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비틀즈는 이야기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누가 <감히> 비틀즈의 음악에 토를 달겠는가. 그렇게 사람들의 귀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소리에 익숙해져 가고 그것이 줄 수 있는 심장 떨림과 희열을 알아가게 된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도 롹 스피릿처럼 사운드를 엄청나게 확장시킨 사람이 있는데, 다름 아닌 베토벤이다. 베토벤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인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그중 초기 작품인 4번에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https://youtu.be/G7rHMOSnJog
3:17초 정도부터 듣다 보면 저음부에서 커다란 화음을 연속해서 두드려 대는 부분이 나온다. 스승인 하이든이나 역시 동시대 작곡가이자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린 모차르트의 곡들에선 들을 수 없는 과감한 소리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에는 저렇게 음향 자체의 덩어리감을 과감히 키운 부분들이 자주 등장한다.
뿐만 아니다. 베토벤의 ‘사운드’에 대한 업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곡인 그의 교향곡 5번을 들어보자.
https://youtu.be/yKl4T5BnhOA
3악장 중간인 18분 15초 정도부터 들어보자. 악보 맨 아래에 있는 저음 현악기들(첼로, 콘트라베이스)이 엄청나게 바쁜 것을 볼 수 있다. 이전 작곡가들에 비해 저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베토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저음부가 풍부해지니 울림이 엄청나게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되고, 후대의 작곡가들은 사운드를 어떻게 만드는 건지 제대로 보여준 이 선구자 덕에 천 석이 넘는 큰 음악회장도 소리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웅장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농담인지 진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주자들은 베토벤을 굉장히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동안은 오케스트라를 하면 단순한 패턴만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베토벤에 의해 까다로워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