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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상 Apr 16. 2021

무대 위의 거인들: 퀸과 리스트

나도 관객석에서 그들의 에너지를 정통으로 맞아보고 싶다

“야야 이거 들어봐 내가 엄청난 걸 찾았어”


초등학생 시절 비틀스 음악에 빠져 팝송에 입문했던 내게 레코드판이 수천 장이 있는 친구가 바로 옆에 산다는 건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예전에 카페를 하셨었다는 그 친구 아버님께서 카페 일을 그만 하시면서 가게에 있던 오디오와 음반들을 모두 가져오신 것이었는데, 그 친구 집에 가서 알파벳 순으로 잘 정리된 판들을 뒤적거리며 들어보는 것이 큰 낙이었던 시절이었다.


그 친구는 내게 빨리 자신의 집으로 오라더니 웬 레코드 판을 하나 들고 저렇게 말을 했고, 그렇게 처음 보는 녀석에 바늘이 얹어진 후 흘러나오던 그 노래.


https://youtu.be/sUJkCXE4sAA



그때 들은 앨범은 라이브는 아니었고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곡이었는데, 너무 훌륭한 보컬에 한번 놀라고, 한치 흔들림 없는 완벽한 화음들에 다시 한번 엄청나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일까, 나는 아직도 퀸의 수많은 명곡들 중 이 곡을 가장 사랑한다.


약 200년쯤 전에 리스트가 피아노에 앉아서 이 곡을 연주했을 때,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https://youtu.be/XsxDH4HcOWA



사실 퀸의 다른 곡들을 들어보면 느리고 감미로운 Love of my life 와는 다른 분위기의 곡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강한 사운드와 함께 엄청나게 난해한 보컬이 등장하거나, 교향곡과 같은 웅장한 분위기의 곡들, 그리고 가끔은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력의 산물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들을 퀸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은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이 아닐까 싶다. 이 걸출한 보컬은 매력적인 음색도 음색이거니와 고음과 저음, 진성과 가성을 목구멍에 성대 세 개쯤은 가진 사람처럼 순간적으로 넘나들며 엄청난 기교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한 번이라도 퀸의 노래를 흥얼거려보았거나 노래방에서 불러본 사람은 안다. 일반인이 부르면 어떤 사달이 나는지. 이 어려운 곡들을 듣고 부담스럽거나 걱정되는 게 아닌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은 실로 엄청나다.


https://youtu.be/kijpcUv-b8M



여담이지만, 나도 늘 지키는 원칙이고 학생들 및 주변 사람들에게도 강조하는 것이 <피아노 위에 어떠한 액체도 올려놓지 말아라>인데, 내부가 나무로 되어있는 피아노는 물이나 커피가 쏟아져 들어가는 순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빌리 조엘도 그렇고 이 영상에서도 피아노 위에 물이며 술이며 담배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이것이 롹 스피릿인가.


리스트의 피아노곡들도 엄청난 기교를 요구한다. 리스트의 피아노 곡이 얼마나 어려우면 당대 이런 그림이 나오고 사람들의 큰 공감을 얻었을까.




리스트는 인기를 위한 모든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수려한 외모, 큰 키(185cm), 음악성과 화려한 기교까지. 이전까지는 대형 공연장보다는 주로 살롱 정도의 소규모 공간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피아노 연주회가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리스트 이후 이런저런 변화를 겪게 된다.


피아노를 옆으로 놓고 치게 된다. 이전에는 지금과는 수직방향으로, 그러니까 피아니스트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피아노를 놓고 연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스트가 자신의 우측 얼굴이 잘생겨 보인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돌려놓고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전통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곡들을 외워서 연주하게 된다. 악보를 놓고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리스트 이후에는 거의 모든 곡들을 암보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어느 정도 이해도 되는 것이, 리스트의 곡들은 워낙 어려워서 외워질 정도로 연습하지 않으면 연주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놓고 대형 공연장에서 군중을 상대로 피아노 연주를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피아노곡들이 엄청나게 화려해지고 큰 음향을 갖게 된다. 큰 공간을 가득 채우며 멀리 있는 관객들까지도 감동받을 수 있는 곡들이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https://youtu.be/4tw9gJ0Fa1M



악기가 피아노여서 그렇지 사실 이 정도면은 락 스피릿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대에서 음악가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그 참맛을 알 수가 없다. 훌륭한 음악가일수록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전달력이 좋음은 당연한 것이고. 안타깝게도 리스트의 연주는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프레디 머큐리의 음성이 고스란히 담긴 퀸의 공연 영상은 다행히도 남아있다. 연주도 엄청나고 관객의 반응도 상당히 뜨거운데,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1800년대 리스트의 연주를 본 관객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https://youtu.be/0omja1ivpx0




리스트는 훌륭한 스승으로 많은 제자들을 키워내기도 했고 말년에는 사제가 되어서 절제되고 사색적인 생을 살게 된다. 1811년에 태어나 1886년에 사망했으니 75년을  것이고 당시로서는 장수한 편에 들어간다고   있겠다. 사람이 태어나서 누려보고 싶어 하는 것들-, 명예, 인기, 뜨거운  - 거의  누려본  거장은, 많은 사색과 철학적 고찰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음악적 깊이가 심오해져서 화려함 뿐만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며 어루만져주거나 심연의 우울함을 자극하는 곡들 등을 남기기도 한다.  


중년의 리스트가 남긴 위로(Consolations)중 3번 곡을 오늘 4월 16일에 남겨보고자 한다. 7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304명의 안타까운 영혼들, 특히 그중에서도 젊고 푸르렀던 10대의 영혼들과 남겨진 자의 슬픔들. 아직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이 비극을 위대한 작곡가의 곡을 빌어 위로해보고자 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남은 가족들의 평안을 비는 바이다.


https://youtu.be/ONWdCvFHn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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