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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08. 2023

호암미술관 정원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김환기 회고전을 보기 위해 난생처음 방문한 호암미술관. 강남대로에서 에버랜드 승차홈까지는 광역버스 타고 거의 '날아가는' 속도로 갔지만 문제는 셔틀버스였다. 한 시간에 달랑 한 대 뿐이라 재수가 아주 좋은 경우를 제외하곤 많이 기다려야 한다. 돌아올 때는 미술관에서 나오는 시간과 대충 맞출 수 있다고 쳐도 갈 때는 온전히 '재수'에 의지해야 한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다녀왔고, 만족했으니 그걸로 된거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약 10분을 걸어가면 입구가 나오고, 거기서 예매표를 확인 한 다음 들여보내주는데 미술관 건물이 코 앞에 있는 게 아니었다. 작은 표시를 따라 들어갔지만 오솔길에 계단까지, 도대체 미술관이 어디에 있다는 거니? 무작정 조금 더 가다보니 한옥의 작은 문 같은 게 나오고 그 너머로 연꽃 정원이 보인다. 지금은 꽃이 모두 졌지만 연꽃 피는 시기에 오면 정말 예뻤을 것 같았다. 


(좌)셔틀버스에서 내려 걷는 길  (우)입구 지나서 들어오면 보이는 작은 문
연꽃 정원, 그 너머에 자리한 미술관

드디어 미술관이 보이기는 했으나, 거기까지 가는 길이 일직선이 아니다.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해?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는데, 다만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가던 길로 계속 가서 계단을 올라갔고, 그제야 한옥 양식의 미술관 건물 입구가 보였다. 예약한 관람시간을 딱 맞추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김환기 회고전 관람이 주 목적이므로 서둘러 들어갔다. 


두 시간쯤 지나 미술관에서 나왔다. 뭔가 먹어야할 시간이었으나 미술관 내부를 비롯해 그 주변으로 카페, 식당, 편의점이 단 한개도 없더라. 배가 무척 고팠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기에 그냥 참고 정원과 그 일대를 돌아다녔다. 돗자리 깔고 앉아 가벼운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상황에 대해 알고 온 게 분명했다. 다음에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지. 


정원은 역시 삼성은 다르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만큼 정갈하고 품위있게 꾸며놓았다. 오솔길이 여기저기 나 있고 길마다 탑 혹은 고미술품으로 보이는 돌상들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연못과 정자도 있는데 거기에 설치한 금색 염주는 쬐끔 튀더라. 그냥 목각으로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 자체도 상당히 넓었지만 그 주변의 경치도 정말 좋았다. 인공 호수인지 저수지 인지 잘 모르겠지만 평온한 물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비치고,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거미 조형물도 인상적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술전시회가 아니더라도 계절별로, 특히 가울에 오면 좋을 것 같았다. 먹을 것 싸들고 와서 사진을 찍거나 드로잉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고, 친구와 함께 와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돌아오는 길.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에버랜드 승차홈으로 돌아가 5002B 버스를 탔는데, 얏호~! 이층버스였다. 오십대 아줌마의 소원치고는 너무 소박하긴 하지만, 꼭 한번 타보고 싶었던 버스였다. 운 좋게도 이층 제일 앞좌석에 앉아서 거침없이 탁 트인 광경을 즐길 수 있었다. 단, 그 좌석에 앉으려면 엄청난 흔들림을 경뎌야 한다.  나이를 감안하면 피해야할 자리였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 아래는 배고픔과 덜컹거림을 참으면서 찍은 영상이다. 하늘과 구름이 예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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