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진짜 덥다. 거기에 습도가 엄청 높다. 이 정도 되면 불쾌지수는 당연히 하늘 끝까지 치솟는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열대 기후라면 하루 한번 스콜이 내려 땅을 식혀준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 특히 서울의 상업지구-는 각종 매연과 공사장 소음이 뒤섞여 거의 죽을 맛이고,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장마기간에 뚜벅이가 어딜 가기도 마땅하지 않다. 아, 그래도 최소 두달은 버텨야해! 더위에서 해방될 수는 없어도 잠깐잠깐 잊고 몰두할만한 게 필요했다.
올해 택한 방법은 두가지!
하나는 **여성가족플라자에서 진행하는 프리미어 동영상 강좌이고, 다른 하나는 유튜브 스페인어 강좌이다.
동영상 편집강좌는 지금까지 내일배움카드로 여기저기 등록을 했는데 인원수 부족이라는 명목하에 개강일이 계속 늦춰졌고, 무료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혼자 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왠만한 프로그램은 독학했고, 동영상 편집도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도 손에 딱 잡히지 않아서 계속 미루고 있다가 우연히 구민 50% 할인해주는 강좌를 발견해서 신청했는데 그것마저 인원수가 간당간당해서 개강이 안될 듯 하다가 막판에 최소 인원 5명을 겨우 넘겨 개강을 해서 지금까지 세 번의 강좌를 들을 수 있었다. 야호! 재밌어!
세 번쯤 들으니 기본 편집이 가능했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프리미어는 유료프로그램이고 매달 구독하는 거라 취미삼아 듣는 아줌마가 굳이?! 매달 돈을 내야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수업은 프리미어로 하지만 집에서는 기능이 비슷한 "CapCut"으로 연습한다. 물론 캡컷도 좀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려면 유료 구독을 해야하나, 무료 기능으로도 동영상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 주, 잠시 광화문에 나가 이것저것 찍어서 2분짜리 영상을 만들어봤다. 배경음악은 구글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음악을 사용했다. 안그러면 저작권에 걸린다더라.
아주 기본 기능만 사용한 결과물이다. 프로그램 자체에서 템플릿도 이것저것 제공하긴 한다. 그래도 그동안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사용해본 경험상, 자동으로 뭔가 해주는 건 어딘지 모르게 '인공적'이고 '쇠' 냄새가 난다. 여러가지 효과를 넣어 '쌈빡'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아날로그 마녀 아줌마는 '외모'보다 '내용'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앞으로도 '컨텐즈 자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신경을 쓸 생각이고, 다른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제공하는 메뉴나 효과 가운데 선호하는 것들을 골라 나만의 방법을 찾아 두는 것이 우선인 듯 싶다. 어느 정도 손에 익히고 나면 그 외의 것을 보거나 받아들일 여유가 생기겠지.
두 번째 피서방법은 스페인어!
어차피 구글통번역기가 너무 좋아져서 이제는 해외여행을 가도 굳이 그 나라 말을 알 필요가 없고, 영어만으로도 대충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인사말이나 간단한 대화 정도 할 수 있으면 괜찮을 듯 했다. 게다가 외국어 공부가 치매예방이 된다니!
시험을 보거나 깊게 들어갈 생각이 아니므로 굳이 학원에 갈 이유가 없어서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정말 괜찮은 강좌가 하나 눈에 띄였다. 아, 이거다!
초반에 조금 듣다가 그 강좌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 책을 살까 싶어서 교보문고에 갔는데, 아, 역시 문법책은 나를 거부했다. 중고등학교 때 영어 문법책만 보면 머리가 하얘졌고, 대학생 때에도 토플이나 토익책을 보면 두통이 몰려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 역시 문법책은 안돼!!!!! 가만있자, 내가 영어를 어떻게 익혔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본적인 법칙을 외운다음 구문으로, 문장으로 익혔던 거 같다. 그래도 영어의 경우는 기본적인 학교 수업을 들은 후, 성인이 된 후에 나만의 방법으로 공부한 것이므로 완전 생판 모르는 외국어에도 그게 적용될 지 마녀 아줌마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피서와 치매예방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영어 공부할 때 사용했던 외국어 공부법이 통할까? 나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봐?
현재 듣는 유튜브 강좌는 총 21강이고, 한 강좌가 문법-회화로 나뉘어 각각 두개의 동영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모두 합쳐 42개이며, 지금까지 8강(동영상 16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공부한 바에 의하면, 발음자체는 'r'이 잘 안되는 것 외에 어려운 건 많이 없다. 스펠링대로 읽으면 되니까! 문제는 동사 변화와 각종 성 & 수 일치이다. 단어마다 남성-여성이 있고, 거기에 단수와 복수가 더해지며, 규칙이 있긴 하지만 불규칙으로 변하는 게 많아서 외울게 많다는 건데, 그걸 모두 외워서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할 생각도, 필요도 없지? 재미삼아, 실험삼아 중년의 아줌마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보는 것도 재미있자나?
너무 장난스럽게 산다고 타박할 지 모르고, 인생의 어느 기간에는 상당히 심각하게 몰두할 필요도 있으나, 인생 후반전으로 들어선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게 맞다고 믿는다. 인생 뭐 있남,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