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요즘 동영상 편집을 배우면서 여러가지 AI 신기술을 접하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동으로 이루어졌던 과정도 템플릿을 이용하여 버튼 몇개만 누르면 아주 빠르게 멋진 결과물이 짜잔~ 나타난다. 동영상 편집이나 자막 생성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약간의 묘사를 곁들인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편집해서 아예 동영상을 만들어주고, 캐릭터도 만들어주고, 작곡도 해준단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과연 앞으로 인간이 뭘 할 수 있을지, 그저 AI가 시키는대로 하면서 살아가는 건지,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착찹했다.
하지만 한땀 한땀 장인 정신으로 완성한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그런 우려가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가짜 보석만 볼 때는 그것도 예쁘지만 진품과 비교하면 차이가 나는 것처럼, 아무리 AI가 후루룩 뚝딱 멋진 뭔가를 만들어도 대가들의 마스터피스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이날은 두군데 전시를 봤다. 현대 갤러리 <John Pai 존 배 : Shared Destinies>와 학고재 갤러리 <딩이ᆞ시오타 치하루ᆞ엄정순: 잃어버린 줄 알았어!>를 보았다.
갤러리 현대는 유튜브에서 우연히 전시회 소식을 접해서 찾아간 곳이다. 원래 교과서에 나온 것 외에는 화가나 작품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 조각 작품에 큰 관심이 없고, 특히 철로 만든 조각품은 너무 차가운 느낌이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내부와 외부가 이어져 하나처럼 보이는 작품들도 있고 철조각이 연결되어 흐드러진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있고, 분명히 철선인데 부드럽기까지 했다. 강철로 이런 느낌을 안겨줄 수도 있는 거구나!
그 다음에 찾아간 곳은 학고재 갤러리였다. 코끼리를 표현한 건데, 가까이 가보면 완전 노가다의 결정체인데다 울림이 큰 작품이라는 건 미술 문외한인 나도 알 수 있었다.
아래 작품은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보이더라.
아래의 섬세한 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왼쪽은 실로 만든 박스 속에 갇힌 어렴풋한 기억처럼 보였고, 왼쪽은 어떤 지형같았는데 만약 푸른색이었다면 파란 하늘의 뭉개구름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마치 숲을 표현한 느낌의 작품 두 점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사실 요즘 전시회에 가면 제목이 없고, 아주 조그많게 인쇄된 전시장 지도를 주거나 QR 코드 찍어서 알아서 보라는 식이어서 처음에는 그게 불만이었다. 특히 추상 작품의 경우는 제목이라도 알려주는 친절함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보는 사람이 알아서 해석하고 감상하도록 하는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부터는 굳이 제목을 안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