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간 건 맞지만, 아직 한낮의 기온은 한여름만큼 높기에 산에 가는 건 무리여서 실내 활동으로 눈을 돌렸고, 프리즈-키아프 기간에 맞춰 여러 갤러리에서 좋은 전시회가 많이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다. 470번을 타고 광화문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 종로 11번을 타면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방향으로 쭉 올라가고, 그 주변으로는 여러가지 카페와 상점도 많고 자그마한 갤러리들도 많다. 그 날은 세군데에 갔는데 좋은 갤러리가 아무리 많아도 두세 시간 돌아다니면 피곤해서 더 이상은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너무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으로 꼽히는 분이란다. 특이하게도 그림을 그리다가 사업가로 변신했다가 어느 정도 재력을 가진 다음 다시 그림을 그렸다는 말을 들었다. 그림과 사업, 완전 상반된 분야에서 동시 성공이라니, 진짜 신기하네!
다른 그림들도 그렇긴 하지만, 추상화는 도대체 어떻게 감상해야하는 지 난감하다. 그나마 이 분의 그림은 산의 형태를 볼 수 있어서, 그저 시간의 흐름대로 혹은 계절의 흐름대로의 풍경을 담았다고 추측해 보았다.
내가 감히 해석하긴 그렇고, 본관 전시장 2층에 가면 이분에 대한 평론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으니 꼭 들어보길!
PKM 갤러리는 전에 한번 들른 적이 있는데 별관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관에도 몇 점 더 걸려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본관에서 나와 오른편으로 가면 가파른 오르막이 나오고, 그 길 따라 조금 가다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별관의 경우, 그 앞에 정원이 느무 예쁘고, 뒤쪽으로 돌아가니 함께 운영하는 듯 보이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 앞쪽으로 주변 동네가 모두 내려다보였다.
그림 감상이 아니라도 그냥 이런 정원에 서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우리집 정원이 이렇다면 나는 매일 아침 밖에 앉아 나무와 풀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할 텐데.
종로 11번을 타고 금융감독원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코앞에 있다. 문앞에 귀여운 캐릭터 조형물과 벤치가 있고,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캐릭터 그림의 예술적인 가치는 잘 모르겠지만, 다만 오래 전부터 귀여움과 환상이 어우러진 예쁜 그림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그려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기에 유독 눈길이 갔다.
그런데 메인 작품을 하기 전에 스케치를 했는지 작은 수채화들이 걸려있는 게 보였다. 아항! 나도 이렇게 한번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기는 PKM 갤러리 본관을 나와 별관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잠시 들어갔다. 1층에는 설치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도시와 건물이 주제인듯한 입체 작품들이 눈에 띄였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평면 단색화도 보였다. 사실 내게 설치 작품은 추상화와 단색화보다 더 어렵다. 도대체가 어떻게 봐야하는지 알 수 없다는 거지.
2층 계단을 올라가니 색감이 따뜻하게 확 바뀌었다.
그런데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작품이 아니라 창문이었다. 나의 서식지 창 밖 풍경이 이렇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그 외에도 여러 갤러리들이 있어서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저질체력 뚜벅이 아줌마의 체력은 이미 방전 상태라 서식지로 귀환했다. 충전하고 다시 가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