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동유럽 3개국 여행
우리 일행은 오전에 할슈타트를 둘러보고 버스로 한시간 거리의 잘츠카머구트로 향했다. 사실 내게 낯선 지명이었다. 음악에는 문외한인지라 아무리 모차르트 음악을 자주 접했다고 해도 모차르트의 외가였던 모차르트 하우스가 있는 그곳의 지명까지 알 리가 만무했으므로.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유럽의 지명에 익숙하지 않고, 어딜 가도 화려한 고딕 양식의 성당들, 붉은 지붕, 파스텔톤의 담벼락, 세로 창문과 꽃으로 장식한 창틀, 세모 지붕을 얹고 다닥다닥 붙은 예쁜 집들, 화려한 대리석 박물관과 미술관, 마을마다 반드시 있는 광장과 그 한복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조각상 혹은 분수대를 볼 수 있으므로, 패키지 상품의 특성상 스스로 동선을 짜서 예약을 하지 않는데다 워낙 여러 곳을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행 시작후 며칠이 지나면 피곤이 겹쳐서 더욱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라는 진부한 농담이 현실이 되는 거지.
그래도 유럽여행의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므로 주어질 때 누려야 한다. 나는 행복하게 지친 몸을 버스에 싣고 잘츠카머구트에 도착하여 카트린 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카트린 산의 높이는 약 1500미터이고 네 명씩 탑승하는 케이블카는 1400미터 정도까지 올라간다. 조그만 케이블카가 줄 하나에 달랑달랑 매달려 높이 높이 올라가는 거라 조금 아찔하긴 했지만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케이블 카에서 내려다보니 등산로와 걸어 올라오는 등산객들도 보였다.
올라가면서 혹은 올라간 다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그저 멋지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맑고 청명한 하늘이라니!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도 멋지고 옆쪽으로 가면 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 반대편으로도 갈 수 있는데 그쪽으로 가면 산길 트래킹을 할 수 있는 듯, 등산장비를 갖추고 그쪽으로 가거나 돌아오는 서양사람들을 상당수 볼 수 있다.
산과 나무를 찍으면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을 못해서 찍어봐야 소용없다고 하던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특히 산의 능선은 확실히 다르고, 나무들의 경우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경우가 훨씬 많았다.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살과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과 멋진 산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에서 할 일이라곤 그냥 가만히 서서 그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뿐이더라.
케이블카에서 내려온 다음 현지 식당에서 점심으로 '슈니첼'을 먹고 주변을 돌러보았다. 아래 왼쪽이 이곳 시청이고 오른쪽 사진은 모차르트의 외가였고 현재는 '모차르트 하우스'로 운영 중인 곳이다. 들어가 보지 못해서 좀 아쉽더라.
아래 왼쪽 사진은 우리가 식사를 했던 현지 레스토랑이다. 평소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나 음식과 패션에만(!) 예외인지라 당일치기든 숙박이든 국내든 해외든 가릴 것 없이 나의 여행기에 음식은 쏘옥(!) 빼먹고, 음식 사진은 아예 올릴 생각도 안하며, 이번에도 음식 자체를 찍은 건 아니지만 점심 먹으러 들어갔던 레스토랑은 1967년에 문을 연 곳으로 내부 분위기도 좋아서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카페 난넬이라는 곳인데, 난넬은 모차르트의 누나 이름이란다. 원래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음악에 소질을 보였던 난넬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모차르트가 어깨너머로 배워 절대음감과 타고난 천재성을 보이자 난넬을 제치고 모차르트에 '교육 몰빵'을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천재 동생에게 기회를 모두 뺏긴 셈이고, 이후 남장을 하면서까지 음악으로 성공하려고 했다가 몰락한 비운의 여성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 마을에서 '난넬'이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아래 가운데와 오른쪽 사진은 그 주변 풍경이다.
마을을 둘러보고, 우리는 볼프강 호수로 향해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돌았다. 호수라고 보기엔 엄청 넓어서 바다처럼 보였다. 나는 배 앞뒤를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아침부터 여러 곳을 돌아다녔으나 단 한번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모든 시간 내내 온전히 감상하고 즐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