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아줌마의 일상
원래부터 연말연시나 명절을 챙기는 편도 아니고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므로 늘 조용히 지낸다. 올해도 마찬가지, 거기에 후다닥 해치운 이사 이후 혼자 집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이제야 약간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하드웨어 세팅이 끝난 건 아니지만 마무리에 접어들었으니 소프트웨어 세팅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서식지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그림을 배우다가 은퇴를 선언하고 밖으로 나가 남산과 서촌, 북촌, 고궁, 전시회, 둘레길 등등 서울 일대를 둘러보며 계속 걷고, 일일 관광상품에 따라다니고, 나홀로 숙박여행도 가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렇게 갔던 장소가 지난 오십년 동안 간 곳보다 더 많다. 말하자면 지난 두 해 동안 과도기의 시간을 보냈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역마살이 폭발했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매일 나돌아댕길 수는 없다. 체력이 딸린다고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생활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바람에, 지금까지의 서식지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동네로 이사왔다. 서울이긴 하지만 햇살과 바람이 통하는 곳, 산이 보이고 주변에 공원이 많은 곳을 선택했고 이제 진정한 인생 후반전에 들어선 것 같다.
하지만 서식지를 옮겼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샘솟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끌면서 이것저것 권하는 상황도 아니다. 나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토록 이사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댔으면,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느냐고 물을 지 몰라도 그건 아니었다. 아니, 희미하게 있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건 나오지 않는데다 만약 있다고 해도 대부분 현실과 어긋난다. 따라서 당장에 할 수 있고 결과가 금새 나오는 뭔가를 찾아 일단 실행한 다음, 방향 수정을 하면서 길을 찾아내야 하므로 가장 먼저 올해 3월에 다녀온 발칸반도 여행기부터 정리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림을 다시 시작할 기회도 엿보는 중이다.
이 과정은 쉽지 않을 거다. 느긋하게 하면 늘어지기 쉽고, 급하게 하면 지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몇번의 시행착오가 알려주었다. 그래도 뭐든 하지 않은 채 몇 년을 보내면 그때는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하는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그렇지 않은 면이 많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하므로.
현재 실행 중인 대략적인 계획에 따르면, 12월 한달 내내 정리를 하며 주변을 탐색하고 새해부터는 뭐든 한다는 건데, 그걸 위해 짧게 나마 글쓰기를 재개하며 시동을 걸고 있다. 부릉부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