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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떠난 동유럽 여행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8박 9일

by Stella

얼마 전에 발칸반도 여행글을 묶어서 브런치북으로 만들었고, 그 뒤 10월에 다녀온 동유럽 3개국 여행기를 하나로 엮고 있는데 전체적 설명이 필요해서 작성한 글이다.


이번 여행은 동유럽 3개국 8박 9일 패키지였다. 몇 년 전부터 체코 프라하 자유여행을 꿈꾸었으나 현실을 고려하여 지난 번에는 발칸반도 4개국(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에 패키지 상품으로 갔고, 이번에는 동유럽 3개국(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으로 다녀왔다.


패키지 여행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단점은 너무 여러 곳을 가야 하고, 나홀로 여행객은 객실 사용료에서 싱글 요금이 추가되며, 여행 상품에 포함된 식사가 내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 음식이 맛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음식 자체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고, 다만 워낙 소식인 탓에 조식도 라떼 한잔과 크로와상 한개, 요거트면 충분하며, 점심도 간단한 현지식이나 길거리 음식을 선호하고 저녁도 거의 먹지 않기에 식사 때마다 거의 갉아먹는 수준으로 먹을 수 밖에 없어서 식사시간이 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입맛이 까다로와 안먹는 것으로 볼 게 분명하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은, 가성비가 좋으며(서유럽의 유명 관광지는 자유여행의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냥 패키지로 가라는 말도 들었다), 이렇게 휘리릭 둘러보며 분위기도 익히고 자유여행으로 꼭 다시 가야할 곳을 정할 수 있다는 거다. 지난번 다녀온 여행지를 포함해서 되돌아볼 때, 슬로베니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과 체코의 프라하, 체스키크롬로프,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가 기억에 남는데, 특히 슬로베니아와 체코는 진심으로 다시 가서 최소한 열흘에서 반 달 정도는 머무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몬테네그로에 다시 가보고 싶다.


기본 여정 : 인천-기내(1)-두바이-프라하(1)-카를로비 바리-소콜로프(1)-체스키크룸로프-아터제(1)-할슈타트-잘츠카머구트-잘츠부르크-아터제(1)-비엔나(1)-부다페스트(1)-두바이-기내(1)-인천


가성비 여행답게 직항이 아닌 두바이 경유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에 탑승했다. 대체적으로 서비스나 기내식 등이 좋았고, 특히 인천-두바이까지 가는 A380 기종은 이코노미치고 좌석이 넓다. 단점은 두바이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린데다 가성비 여행답게 프라하에 낮 12시 반쯤 도착하자마자 곧장 관광이 시작되어서 무척 피곤했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이미 알고 선택한 부분이다.


숙소는 저렴한 여행 패키지를 선택했기에 거의 3-4성급 호텔에서 묵었다. 푸짐한 조식과 석식을 원한다면 당연히 5성급 호텔로 가야한다. 유럽의 3-4성급 호텔은 국내 숙소보다는 좁고 허름하며 특히 욕실에 욕조가 없고 배수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건 감안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래도 방을 혼자 사용하는 내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그마한 팁!

환전

발칸반도와 동유럽 여행 모두 유로로 환전했다. 그런데 발칸반도에서는 유로존 국가가 아닌 곳에서도 유로가 통용되었던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훨씬 더 자국화폐를 선호하기 때문에 나라별로 조금씩 환전을 하거나 신용카드 혹은 필요할 때마다 핸드폰으로 조금씩 환전 가능한 트레블카드 혹은 월렛을 이용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신용카드를 쓴다면 가능한 터치식 카드를 준비하는 게 안전하다. 카드 복제를 막기 위해서다.


로밍

여행 중 한국과 연락을 주고받는 게 필수거나 자유여행이라면 당연히 로밍을 하거나 유심을 사는 게 좋지만 연락을 자주 안해도 되고 패키지로 간다면 공항이나 호텔에서는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굳이 로밍할 필요는 없다. 지난번 발칸 여행에서는 정액제 로밍을 사용했는데 쓰지도 않고 비용만 지출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냥 갔다. 호텔 와이파이로 카톡이 되기에 아무 문제 없었다.


로밍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데이타 차단을 신청해야한다. 그거 안하면 자동으로 로밍되어 요금청구가 된다. 나는 깜박 잊고 안했다가 여행 당일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전화 걸어서 신청했다.


여행시기

현재 직장인이거나 동행이 있을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시기를 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날짜에 구애를 받지 않는 상황이라면 성수기를 살짝 피해서 가길. 숙박비와 비행기 티켓 가격이 훌쩍 오르기도 하고 관광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여행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발칸반도와 동유럽의 경우, 봄이 오기 직전인 3월이나 늦가을인 10월이 괜찮은 듯 했다. 특히 동유럽 쪽으로 간다면 서머타임이 해제되기 전에 가는 게 좋다. 발칸반도는 3월 중순에 떠났는데 사람들의 조언과 달리, 그리 춥지 않고 날씨도 맑아서 그저 좋았다. 심지어 산 봉우리에 남아있는 하얀 눈의 전경까지 환상적으로 보였다. 동유럽 여행은 10월 중순에 출발했는데 정원 구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늦가을의 노란 단풍을 볼 수 있었고, 일주일만 늦게 갔다면 서머타임이 해제되고 오후 3시만 되어도 이미 해가 지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았다. 어쨌든 황량한데다 낮이 짧고 비가 자주 온다는 11월은 비추이고, 아예 12월에 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일테니 좋을 것 같다. 1-2월은 춥긴 하겠지만 하얀 설경이라도 볼 수 있겠지.


날씨

이거야 말로 복불복, 하늘에 달린 거다. 특히 요즘은 이상기후현상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날씨가 좋아야 마땅한 계절에도 비나 우박이 억수같이 쏟아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기도하는 수밖에 없고 비를 만나면 마음을 비우는 수 밖에 없다. 혹은 일행 중에 '날씨 요정'이 있길 바랄 수 밖에.


음식

유럽 쪽은 음식이 엄청 짜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정말 짰다. 패키지 상품으로 가면 주는 대로 먹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만약 직접 주문하는 경우는 덜 짜게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마트에서 빵이라도 사기 전에 물어보기라도 해야될 것 같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과거 유럽에서는 소금이 귀한 품목이라서 부잣집일수록 소금을 많이 넣는 게 자랑이었고, 유럽의 물에는 석회가 많이 섞여 있는데 몸 속의 석회를 용해시켜 배출시키는유일한 방법이 나트륨 섭취라고 했다.


화장실 & 물

유럽 여행에서는 어딜가나 화장실과 물이 중요한 이슈가 된다. 유료화장실은 대부분 1유로이고 심지어 2유로 받는 곳도 있다. 혹은 5유로 지폐를 내면 잔돈이 없다는 핑계로 나머지 돈을 꿀꺽하기도 한다. 따라서 1유로짜리 동전을 몇 개 가지고 다니는 게 속편하고, 요즘은 무료화장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으니 미리 알아두길. 아니면, 아예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하고 그곳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커피가 약 3~3.5유로 정도니까!


물도 중요하다. 고급식당은 그렇지 않겠지만 대부분 물값을 따로 받기에, 사람들은 아예 맥주를 주문한다. 물이 2유로라면 맥주는 3~4유로 이므로. 또한 관광지에서 500ml 생수가 보통 2유로이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가는 마켓에서는 1.5 리터가 약 1유로이다. 단, 살때 "pure water"냐고 물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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