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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26. 2024

체코 카를로비 바리

마녀 아줌마의 동유럽 3개국 여행

둘째날의 주요 방문지는 체코의 온천 휴양 도시인 카를로비 바리. 이번 여행에서 하늘이 가장 흐렸던 날이기는 했지만 동네가 너무 아름다와서 그것마저도 운치있게 느껴졌다. 온천이 유명해서 과거부터 왕족이나 귀족들이 병이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찾은 곳이고 길거리마다 온천수를 마실 수 있게 분수대가 마련되어 있는데 각각 온도가 표시되어 있다. 

왕족과 귀족들이 찾던 휴양도시였던 만큼 건물도 화려하고 깨끗했다. 안쪽에 들어가면 카페가 아름다운 유서깊은 호텔도 있었는데,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 자체를 보존하기 위해 에어컨을 달 수 없다고 한다.

온천수의 치유 능력은 사냥꾼의 화살에 맞아 상처를 입은 사슴이 도망가다가 물 웅덩이에 퐁당 들어갔고, 잠시 후 상처가 치유된 채 다시 도망가는 모습을 보게 된 계기로 알려졌다고 하며, 그 내용을 담은 목판화가 벽에 걸려 있다. 지금은 누구나 온천수를 먹을 있도록 되어있기는 하는데, 문제는 온천수의 맛이 그렇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거지. 철분을 다량 함유한 물에서 소위 '쇠'맛 혹은 '피'맛이 나며, 그나마 온도가 높은 온천수를 마시면 그 맛이 조금 줄어드는 편이다. 


아래 왼쪽 사진은 온천수의 원천이다. 뜨거운 물줄기가 폭발음과 함께 위로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건 물의 온도가 외부에 나와서도 100도가 넘어서 발생하는 현상이란다. 오른쪽 사진은 물을 받아 마시기 위해 고안된 컵도 판다. 반드시 이 컵으로만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단지, 물이 치아에 닿으면 변색되기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한 거라고. 전용컵을 사서 물 마시고 컵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으니 괜찮은 거지.  

자유시간이 넉넉히 주어진 덕분에 주변을 천천히 걸어다녔다.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제법 운치도 있고, 우연히 지나가는 마차와 바위에 세워진 커다란 십자가상도 보였다. 

온천에 대해 한가지 덧붙이자면, 뜨끈하게 몸을 지지는(?) 한국인들이 그리 선호하는 곳은 아니란다. 물이 미지근하다나?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뜨거운 물이나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못들어가는 내게는 딱 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 곳에 다시 와서 하룻밤 묵으면서 온천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아래 왼쪽 사진은 사슴과 온천수의 일화를 담은 목판화이고, 왼쪽은 카를로비 바리의 전통 약술인 베체로브카 광고하는 가판대(?)이다. 도수는 상당히 높은 편이며, 들은 바에 의하면 까스활명수 맛이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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