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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11. 2023

에라 모르겠다아~~~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에라 모르겠다, 되는 대로 하자!" 


오십대 하고도 중반을 넘어선 나이가 된 지금, 이제야 여유가 생겨서 주변도 둘러보고 뒤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더 중요한 건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쓰거나 비교를 하지 않게 되었다. 젊었을 때보다 기회가 줄고 포기해야  것도 많지만 자유롭다. 무언가를  이룰 필요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느리게 가도 눈치  일이 없어졌다젊었을  그토록 중요하다고 여겼던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까짓 거 좀 모자라면 어때, 내 멋에 사는 거지. 

친구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아. 나이들면 갑자기 연락해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오십명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나처럼 저질 체력은 수다 하루 떨면 기가 빨려서 사흘은 누워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나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요즘은 가족도 완전히 의지할 대상이 아니더라자식이 있어도 한두명이고 게다가 외국에 있으면 무자식과 비슷해진다


 일이 있으면 하는 거고 없으면 놀거나 만들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뭔지 알면 이렇게   있으니 조금 젊을 때부터, 최소한 완전히 은퇴하기 전에  마음이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해봐야 정확히 알게 된다. 딱히 없다고 해도지역 나름이긴 하지만 요즘은 뚜벅이로 돌아다닐 곳도 많고 저렴하거나 심지어 무료 입장하는 박물관 미술관도 많다. 65 넘었다면 입장료 반값인 곳도 무지 많다게다가 산이나 둘레길은 연중무휴 무료이다. 이런 걸 즐기려면 '튼튼한 다리와 가벼운 엉덩이'를 만들어놔야 해.

에라 모르겠다아~~!

 외모에 대한 걱정이나 집착을 없애면 편하다. 나도 한국인이므로 - 게다가 싱글이다! - 사십대까지는 나이들어 보이는 것도 신경 쓰였지만 오십 중반이 넘자 천하의 동안이라고 해도 어차피 아줌마이니 상관없다. 코로나 때 마스크 쓰는 것도 화장 안해서 되려 편한 것과 비슷한 심정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인정하자. 걱정해주는 척 하지만 진짜인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냥 할 말 없으니까 아무말이나 하는 것이므로 'How are you?' 정도로 알고 넘기면 된다.

 

다만이렇게 배짱 두둑해지려면 조건이 있다.

건강해야 한다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면 말짱 꽝이니까.  현재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야 한다이건 나르시즘과는 다르므로 자기객관화가 꼭 필요한 거 같더라. 남들 눈에 근사해 보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면 뭘 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원래 성격이 이랬던 건 절대 아니었다. 삼십대까지는 용기도 없고 엄청 소심해서  조심조심 눈치 보며 소위 '빨리빨리유행 따라가기목표 정해놓고 직진하기분위기에 쫒겨 다닐  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는 남들보다 늦거나 뒤떨어지면 큰일나는  알던 시절이었다대학을 못가면 난리나는  알았고재수해도 큰일나는  알았다. 인생의 방향을 잡기 위해 잠시 휴학하고 싶었지만 80년대에는 휴학생 = 운동권 학생 혹은 문제아라는 공식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대학 졸업 이후 아차 길이 아니구나 싶어서 뭔가 다른 시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뭔가 새롭게 배우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세상이 늘 밝았던 건 아니었다...

심지어 여자(!) 서른 살이면 싸구려 노처녀 낙인이 찍히던 시대였기에 대학 졸업과 동시에 선을 보기 시작하고 직업을 갖더라도 이삼년 다닌 다음, 스물 여섯이나 일곱에 결혼하자마자 직장 그만두고 아이를 갖고 육아를 하는  정상적인 길이었다따라서 이십대 후반 나이의 딸을 둔 엄마들은 좌불안석이었고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스물여덟  정도까지 결혼을 했다나만 빼고!  

 

남들하고 똑같이 살아야 정상인 판정을 받았으므로, 뭔가 다시 시작한다거나 우회하면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시기들을 놓치게 되기에, 아닌 줄 알면서도 그냥 직진해야만 했고 아무런 생각도 없고 엄청 소심했던 나도 남들처럼 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냥 비슷하게 하다보면 어찌저찌 남들과 비슷하게 살겠거니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늦었다거나 남들하고 다르다고 해서 문제될  없는데도 그때는 그랬던  같다

 

이제 오십대 중반의 나이인생의 황금기가 오십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노인네의 자기 위안인  알았지만결혼을 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맞는 말이더라. 나는 다시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유명한 배우님 말씀대로 몇 살이 되었든 그건 처음 살아보는 삶이니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잖아. 사는 데까지 살아보는 거지! 


현재 젊은 아이들에게는 내가 알 수 없는 또다른 고민거리가 있겠지. 이런 말은 모두 고루한 '~라떼는 말이야' 식 토크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힘들더라도 버티기 작전으로 살아내다 보면 뭔가 있으니, 기왕 태어난 김에 그냥 미친 척하고 끝까지 살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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