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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12. 2023

여주 신륵사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당일치기 여행에도 못미치는 '여주 무작정 반나절 다녀오기'였다. 계획 세울 시간도 없었다. 꽃구경은 조금 늦었고 단풍철은 이른 탓에 주말 투어상품조차 그리 신통치 않은 시기지만, 그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서식지에 들어앉아 있기가 불가능했다. 갑자기 여주 혹은 이천이라는 지명이 파사삭! 떠올랐다.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려다가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코 앞에 있는 신분당선으로 판교역 -> 경강선으로 갈아다는 게 나을 듯 했다. 경강선 배차 간격이 17분 정도, 뚜벅이에게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에는 왠일인지 몰라도 지하철이나 버스 모두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서 최소 1시간에서 1시간 반은 땡겨서 돌아올 수 있었다. 럭키데이! 


코스는 간단했다. 원래 여주관광순환버스를 타고 신륵사와 세종대왕릉에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얼마 전부터 운행 정지라는 청천벽력같은 안내를 받는 바람에, 일반 버스로 신륵사와 그 주변만 돌아다녔다. 만약 하루종일 놀겠다는 계획이라면 여주역 -> 신륵사 -> 다시 여주역이나 여주버스터미널 -> 세종대왕릉 정도는 가능한 코스일 터이나, 오늘은 가볍게 기분전환만 하고 싶었다. 여주역 1번 출구 앞에 버스승강장이 있는데, 배차 시간이 대부분 20-30분이니 지방 소도시치고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운좋게도 역에서 나오자마자 955버스가 오길래 얼른 타고 신륵사로 향했다. 


신륵사로 들어서기 전에 황포돛배 선착장이 보이고 주변도 아름다왔다. 강물은 신륵사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흐른다.

신륵사로 들어섰다.

운좋게도 옆 쪽으로 흐르는 강을 따라 유유히 떠가는 황포돛배를 볼 수 있었다. 입구쪽 선착장에서 배를 탈 수 있으니 아래로 오라는 표지가 있는 것으로 짐작컨데, 배를 탈 수 있나보다. 맑은 하늘과 강물의 조합은 언제나 정답! 

탑과 정자도 있고, 나이 지긋한 그림동호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림도 그리고 점심도 먹는 모습도 보였다. 누군가의 눈에는 단조롭고 지루하겠지만 강남 한복판에서 온 마녀 아줌마 눈에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법당을 비롯한 큰 건물이나 불상은 찍지 않고 작은 구조물과 나무 위주로 사진을 찍었다.  

걸어나오다 보니 도예창작단지와 미술관 옆쪽에 조성된 공원이 있다. 이쁘더라. 내 서식지 주변에 이런 공원 하나만 있어도 정말 좋으련만. 그나저나 이렇게 좋은 공원에 평일이라는 걸 감안하더라고 오는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   

물레방아 도는 모습!


주변은 도자기를 특화시킨 관광단지이다. 여주시에서 엄청 노력해서 조성했다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평일이라 해도 너무 썰렁해서 걱정될 수준이었다. 도자기 샵도 있고 이쁜 컵도 있었으나 매장에 손님도 없고 나도 구매를 하지 않았기에 민망해서 사진도 못찍었다. 머그컵 한개에 2만원~3만원 정도다. 외국인, 특히 서양에서 온 관광객이라면 이런 제품에 관심을 보일 수 있고 너무 서구화 혹은 일본풍 도자기보다는 한국적인 미를 보여주는 제품들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명이 다니면서 즐겁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 아침에 여주행 경강선에 나이드신 분들(동창회인지 노인정인지)이 왕창 탔다. 사진을 찍어가며 큰소리로 어디가면 맛집이 있으니 일단 먹고 여기저기 가지며 일정을 짜시더라. 나도 늙어가는 입장에서, 만약 젊은애들이 그랬다면 '요즘 젊은 것들은 예절도 모른다'고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씁쓸했다 -- 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지루한 여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걷고 힐링하고자 한다면 괜찮은 하루, 아니 반나절을 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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