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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25. 2023

따뜻한 물 한잔의 효과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따뜻한 물이 아니라 뜨거운 물 이야기다.


지금까지 물에 대해 들은 내용은 대충 이렇다

- 최소한 하루에 2리터 마시기

- 생수로 마시기

- 너무 급히 들이키거나 하루 분량을 한번에 몰아서 마시지 말기


물 온도에 대해서는 그저 ‘이열치열’이므로 너무 더운 여름에 따뚯한 물을 먹어야 체온이 내려간다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 여름이 아니더라도 온도가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 왈,얼마 전 텔레비전에 어떤 의사가 나와서 따뜻한 물을 마시라고 했다고 하더라).


갱년기에 접어든 여자들은 ‘열’ 때문에 고생한다. 한겨울에도 얼음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으며 스트레스 해소하고, 몸에서 엄청 열이 나고, 추웠다 더웠다가 반복된다는 아주머니들이 주변에 많다. 


나의 갱년기 증상은 다른 여자들과 조금 달랐다. 오랫동안 운동을 해서 그런지, 원래 냉장고형 인간이라 그런지 몰라도 열 때문에 고생한 건 없는데 몸의 순환이 ‘너무’ 느려진 것 같았다. 소화력이나 배변력이 엄청 떨어지는 바람에 내시경을 해봤지만 위장이나 대장은 용종 하나 없이 말짱했고, 의사들은 그저 타고난 체질이 그러하니 절대 한번에 많이 먹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아픈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약도 없다는 의미였다. 겨울 뿐 아니라 여름에도 문제였다. 보기에는 몸집이 작고 살도 없고 남들보다 땀도 덜 나는 편이라 더위를 안탈 것 같지만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심해지자 위장이 ’파업‘ 혹은 ’태업‘ 상태에 돌입했다. 너무 더우니 얘네들이 푹 처져 버리는 바람에 매번 소화제의 힘을 빌려야 했다.


약간 감기기운이 느껴지던 어느 여름날, 엄청난 무더위 속에서 ‘내가 미쳤지’를 연발하며 물을 뜨거울 정도로 데워서 마셨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

남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시원한 맥주와 얼음 동동 띄운 음료를 마시는 와중에 생수를 뜨겁게 데워마시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뜨거운 물을 마시자 위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모지? 뭔가 물리치료라도 받는 것처럼, 몸에 보일러를 가동한 것처럼 뱃속에서 뭔가 꾸룩꾸룩 움직였고, 약간 신기해서 다음날 새벽운동 가기 전과 밥 먹기 전에 물을 데워서 조금 마셨더니 놀랍게도 속이 편해졌다. 짐작컨데 에너지가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몸이 차가와서 제 기능을 못하던 위장에 기운을 불어넣어준 것 같다. 


그 이후부터 가능한 뜨거운 생수를 마시는 중이다. 이제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기온이 내려가는 환절기, 살짝 감기기운이 들 때 마셔보면 확실하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최소한 내게는 효과 만점이다. 비싼 약도, 건강기능식품도 아니고, 그냥 맹물을 데워마셨을 뿐인데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의사도 아니고 의학지식이 많지 않으므로 이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이게 만병통치약라고 말하는 건 아니며,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그래도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암환자들의 체온이 정상인보다 낮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젊었을 때는 열이 많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차가와지는 경우도 자주 보았으니, 혹시 비슷한 체질이거나 감기기운이 있다면 약간 뜨거운 물을 마셔보거나, 최소한 차가운 물이나 얼음은 피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물이니까 밑져야 본전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나는 청량음료는 물론이고 즙이나 주스(해독주스도 포함)를 마시지 않는다. 이건 의사에게서 들은 말이다. 음식을 먹을 때 씹는 행위를 하면 뇌에서 '얘가 뭘 먹고 있구나'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준비를 한단다. 그런데 뭔가 갈아서 쭉 마시면 뇌에서 알아차리기도 전에 음식이 들어오게 되는 셈이기에 왠만하면 씹어 먹으라고 했다. 의사의 말도 늘 정답은 아니어서 그들의 말을 모두 따르는 편은 아니다. 다만 경험상, 뭔가 영양이 풍부한 음료를 갑자기 마셔버리면 그것 역시 충격이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겠다는 일념으로 채소와 과일을 갈아먹다가 그만두고 그냥 천천히 씹어서 먹은 다음부터 소화가 훨씬 잘 되었다. 아무리 좋은 거라고 해도 너무 많아서 넘치는 것보다 약간 적은 게 더 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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