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Oct 27. 2023

폼생폼사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제목의 실제 의미와 약간 다르긴 하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태도가 더 중요하더라
운동도 무게보다는 자세가 중요하더라

말하자면, 정신적 육체적 'Form' 이 중요하더라는 의미이다.


정신적 Form - 태도에 대해

어릴 때부터 똑똑함에 대한 예찬을 듣고 자랐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이 최고였다. 집에서도 최상위 관심사가 성적이고, 학교 선생님들도 "니들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가고, 그래야 똑똑하고 능력있는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지금 들으면 지나가는 개도 웃겠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통용되는 상식이었다. 실제로 대학 졸업후 이성을 소개 받을 때 양쪽 모두 가장 먼저 꼽는 조건이 "어떤 대학 나왔대~~"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주변을 살펴보니 현실은 달랐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면 성공으로 가는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나 숫자상의 확률일 뿐,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훨씬 많았다. 과거의 내 모습(!)이기도 한 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타공인 착하다. 정말 이상했다. 어릴 때부터 늘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들었는데 왜 이런지 정말 궁금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단어의 실제 의미와 사람들의 사용 의미가 다른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대로 행동하는 이들에게 착하다는 프레임에 가두고 '내 말을 잘 들어주니까 너는 착한 사람이야. 앞으로도 잘 들어야 해'라고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더라.


둘째, 고집과 신념을 구별 못한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내 신념을 굳게 지키는 게 옳다고 믿는다. 성격상 난 그렇게 못한다는 말도 많이 하는 편이고, 그게 고집이고 아집인 것을 모른다, 아니 몰랐다.

 

세째, 세상이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눈치가 없거나 너무 착해서 잘 안풀리는 거고, 저 사람들은 운이 좋거나 얍삽해서 잘 되는 거라고 하고, 뭔가 하더라도 안될 거 부터 생각한다. 


지금 후회와 회한에 사로잡혀 사는 건 아니다. 현재의 내 모습도 나름 사랑하고 만족하지만 좀 더 일찍 이런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정신적 육체적 Form 이 중요해!


운동의 Form - 자세에 대해

폼의 중요성은 운동에도 적용된다. 스물 일곱살에 난생 처음 시작한 운동은 수영이었다. 초보자도 한달만 배우면 숨쉬기와 자유형 25미터 정도는 거뜬하게 해내지만 나는 숨쉬기 하나 배우는 것도 석 달(!) 걸렸고 강습 1년 반이 되어서야 자유형 25미터를 완주(?)했는데, 그 이후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고 수영할 때 예쁘게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영도 힘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폼이 엉망이어도 힘이 워낙 좋으면 대충 속력이 나오는 데, 힘이 너무 없던 나는 몸의 근육이 폼을 완전히 익혀서 물을 잘 탈 수 있게 되었을 때야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삼년을 배워서 결국 접영까지 배웠지만 거기서 또 한계에 부딪혔다. 근육이 너무 약해! 근력이 없어서 더 이상 속력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헬스를 할 차례였다. 러닝머신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PT가 흔하지만 '라떼는~~' 그렇지 못해서 남들 하는 거 보고 대충 따라하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같이 운동했던 지인은 여자였고 심지어 나보다 키도 몸집도 훨씬 작았지만 헬스 시작한지 삼개월이 되자 복근이 생겼다. 말하자면 근육이 잘 생기는 체질이었던 거다. 슬프게도 내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 근육 안생기는 체질이라 몸무게는 정상이나 팔뚝에는 허연 두부살이 출렁이고 엉덩이와 옆구리 허벅지에 지방덩어리가 잔뜩 쌓인 소위 '삼각형 체형'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든 전문가를 찾아 제대로 된 운동법을 배웠겠지만 그건 모두 지나간 이야기이다. 그나마 다행히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서 스트레칭과 운동 방법도 배울 수 있었고, 10년 이상 흐르자 효과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자세가 더 좋아졌고, 운동 효과가 좀 더 나타나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모든 것이 나의 경험담이다. 내 생각에 사로잡혀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고, 운동을 해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허비했다는 사실을 인생 후반전을 눈 앞에 두고서야 깨달았다. 


물론 여기서도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내 경험이  전부이거나 해답이 아니라는 것. 생각과 관점의 변화로 현재 행복하다고 앞으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거라는 보장도 없고, 지금 건강하다고 끝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 따라서 그냥 이런 사람도 있다는 정도로 해석하거나, 비슷한 경험을 지닌 이들은 살짝 공감하면 될 거 같다.


수학에서는 이론적으로 11차원까지 증명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3차원의 존재이니 11차원의 존재가 우리네 인간을 보듯, 모든 것을 한 눈에 꿰뚫어 보는 통찰을 지닌 존재는 <하느님> 밖에 없을테지. 그 분이 조금이나마 어여쁘게 봐주시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따뜻한 물 한잔의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