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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22. 2023

통영여행<3> 통영대교와 국제음악당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일정: 해안도로 따라 걸어서 해저터널 - 통영대교 - 충무교 도보로 건넘 - 봉수골마을 - 통영국제음악당


여행 마지막 날. 원래 계획은 해저터널과 통영대교쪽으로 걸어 갔다가 한국에서 가장 길고 높다는 통영 케이블카를 탄 다음에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특히 이토록 맑은 날씨라면 케이블카에서 한려수도 섬들이 모두 보이므로 이게 최적의 코스가 맞긴 했다.


여기서 한가지 문제 발생! 케이블카 편도를 타면 미륵산 정상에서 아래까지 걸어서(?) 내려와야 했고, 아니면 케이블카로 왕복해야 한단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용기를 쥐짜내서 한번은 모르지만 두번 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원래 고층건물도 싫어하고 번지점프 절대 안하고, 터키에 간다고 해도 그 유명한 열기구도 안타고 싶을 정도니까. 영화도 스릴 넘치는 건 안본다, 아니 못본다.


일단 일찌감치 짐 싸들고 나와서 해저터널을 향해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넘실대는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건 시드니에서 돌아온 후 처음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해저터널]

강구안에서 해안도로를 따라서 걷다보면 일제강점기였던 1932년에 준공된 해저터널이 나온다. 

해저터널 내부에는 역사를 담은 표지판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것으로 보아 지금은 통행로로 사용되는 듯 했다. 

해저터널을 지나가면 충무교와 통영대교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길이 483미터라서 왕복해도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다.


[충무교와 통영대교] 

통영대교 도보 통행이 가능한 지는 알 수 없으나, 충무교는 도보로 건널 수 있다. 충무교 위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과 통영대교도 멋지다.

충무교를 건너 거북선 호텔 쪽으로 오면 바로 코 앞에서 통영대교를 볼 수 있다. 의도한 건지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었으나 시드니 하버브릿지와 비슷했다.

오, 맙소사!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파란 하늘과 진청색 바다와 날렵한 통영대교와 그 아래를 지나가는 배가 어우러진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보고만 있다가 겨우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 봉수골 마을(봉평동)로 향했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서울 출발 때 염두에 두고 있던 전혁림 미술관 휴무일(월화 이틀 휴무)여서 못가고 이른 시간 탓에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문을 열기 전이라는 것. 애매하던 그 순간, 빵을 사러 들어갔던 베이커리 주인의 추천대로 통영국제음악당으로 향했다. 


[통영국제음악당]

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내친 김에 쭉 걸어갔는데, 이 구간은 살짝 지루해서 버스가 나을 뻔 했다. 어쨌든 유람선 터미널과 국제음악당에 도착했다. 우와! 또 한번의 오 마이갓! 이게 대체 뭐람? 통영은 구석구석 왜 이렇게 이쁜 거니? 요트와 고깃배가 정박한 자그마한 항구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의 별명은 괜히 나온 게 아니군! 아니지, 나폴리가 유럽의 통영인 거 아닐까? 

해안을 끼고 천천히 걸었다. 국제요트대회가 열리는 지 그 준비가 한창이더라. 약간 높은 곳에 자리잡은 국제음악당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말해 뭐해!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으로 아무데나 폰카 들이대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화보가 탄생한다.

더 들어가면 뒤쪽으로 또 하나의 계단이 있고, 거길 올라가면!!! 우와, 이거 지나쳤으면 억울할 뻔 했다. 

아니, 이게 뭡니까!

복잡한 관광지와 달리, 평화롭고 아름답다.


자, 여기서 결정을 내려야했다. 버스를 타고 봉평동으로 가서 한바퀴 더 둘러보느냐 혹은 버스터미널로 가느냐. 나는 후자를 택했다. 삼일 내내 걸을만큼 걸었기에, 잘 걷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뚜벅이 아줌마지만 슬슬 체력의 한계가 느껴졌다. 통영은 한번 여행으로 모두 돌아볼 수 없으므로 어차피 또 와야한다. 아쉬움을 약간 남겨놓기로. 다음에는 봄 즈음에 트레킹 준비를 하고 와서 섬 하나 골라 하루종일 걸어보고, 전혁림 미술관도 가고, 지나치며 봤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왔던 미수동 한바퀴도 해보고 싶다. 


[여행 후 감상]

강행군이었으나 후회없는 여행이었다. 날씨가 모든 것을 베풀며 통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기온도 적당했다. 글을 쓰고 있는 현 시점이라면 차가운 바람 때문에 배를 타는 내내 바깥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없었을 것 같다. 제대로 준비도 안했고, 계획도 대충대충 세웠고, 나 홀로 뚜벅이로 돌아다녔음에도 버스시간 등등이 잘 맞아줘서 시간 낭비도 거의 없이 다닐 수 있었으니, 그저 고마운 선물보따리같은 여행이었다. 


은퇴 선언후 본격적으로 돌아다니면서 한국의 산과 강과 바다와 하늘이 무척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다리가 허락하는 한 뚜벅이로 계속 돌아다닐 거고, 나이가 더 들면 휴양지 리조트에서 푹 쉬다 오는 여행을 하겠지. 


여행이 알려준 것!   

첫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것을 무진장 좋아하더라. 원래 그런 줄 알긴 했지만 이토록 자연을 벗삼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지는 몰랐다. 먹는 거에는 관심없다. 액티비티나 인공구조물에는 그다지 관심이 안간다. 그저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와 숲이 좋아서 안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물론 돌아다녀하므로 필수 에너지는 보충 시켜줘야겠지. 


둘째, 이젠 게하를 졸업할 나이가 된 것 같다. 호텔로 가자니 혼자 2인 요금을 내야하므로 게하를 이용했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줌마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젊은애들이 함께 있는 건 그리 좋은 게 아닌 듯 했다. 게다가 생각보다 내가 새벽에 부스럭대더라. 이번에는 평일이어서 그럭저럭 넘겼지만 앞으로는 고급은 아니더라도 가성비 호텔 정도는 가야할 듯.


세째, 우등버스는 편해서 4시간 거리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제작된 좌석이므로 워낙 쪼꼬만 마녀 아줌마에게 맞는 크기가 아니다. 그런 연유로 목이 불편하고 이후 근육통을 유발하므로 담부터는 목베게를 가져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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