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아줌마의 세상
1.
감정은 따뜻하다
감정은 폭신하다
감정은 풍성하다
감정은 불안정하다
감정은 지 혼자 마구 커진다
감정은 게다가 유치하다
어차피 감정은 양면성을 지니고 없앨 방법은 없으므로 컨트롤이 되는 감정은 누리고, 컨트롤이 안된다면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릴 뿐...
2.
카테고리를 만들고 자신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거기에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물과 같아서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색도 변하고 모양도 변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맑은 하늘 및 바다는 파랗고 잔잔하지만 폭풍우 치는 날의 바다는 회색에 거칠기 그지 없잖아?
더 내성적인 사람과 함께 있다면 내가 외향적이 되는 거고, 감정이 더욱 풍성한 사람과 비교한다면 나는 완전 이성적인 사람이 되는 거고. 게다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들을 때는 엄청 감정적이고 충동적이지만, 타인을 대하거나 일을 할 때는 엄청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성향을 지닌 나는 대체 어디에 속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제발 규정짓지 말길!
3.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고, 어쩌면 이게 정말 다행일지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종류의 행복을 원한다면 완전 난리가 날테니까. 내가 원하는 행복은 평온함과 안정, 평화로움이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걸어가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가장 최대치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러한 행복은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원하는 것과 다르므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또 한편 간단하고 속편한 것도 사실이다. 뭐,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4.
나의 단점들
- 순하게 보이지만 고집붙통에 지멋대로다. 내가 결혼했다면 시어머니가 엄청 미워했을 듯...
-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한다. 먹는 거나 하는 짓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생기는 문제여서 이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나도 포기했다.
- 이상한 집착이 있다. 딱 두가지 인데, 헬스클럽 운동할 때 스트레칭하는 자리가 바뀌면 낯설어서 늘 같은 자리로 찾아간다. 대중교통 탈 때 누군가 함께 간다면 힘이 들 때에도 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내가 서서 가도 상관없는데 혼자 갈 때면 늘 앉고 싶다. 걷는 것도 좋아하고 서 있는 것도 좋아하는데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5.
원래 팩폭을 잘하다. 혹은 너무 솔직하게 말한다. 아줌마들은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거 먹으면서 뒷담화 까고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친해지는데 내가 젤 못하는 게 그 두 가지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일단 못먹는 거는 타고난 거고, 나 역시 감정적인 위로를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기에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른다는 거다. 엄마와 아빠도 나를 보살펴 주긴 했지만 감정적으로 '오구오구 내 새끼'는 절대 안했고, 서로 부대끼고 지지고 볶고 살아본 적이 없다. 인간미가 점점 떨어지는 거 같긴 한데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수 밖에!
당연히 나도 그 팩폭의 대상이고, 어쩌면 가장 냉정한 팩폭 대상자는 나 자신일 수 있다. 자신에게 하는 팩폭은 메타인지일까?
6.
아무 것도 아닌 듯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이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하고, 그림그리고, 청소하고, 생필품 쇼핑하고... 이것만으로도 하루가 후다닥 후다닥! 이렇게 흘려보내는 거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으나 이제 더 이상 생산 전선으로 뛰어들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