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이라고?

마녀 아줌마의 세상

by Stella

1.

2026이라는 낯선 숫자 앞에서 잠시 당황한다. 이건 또 뭐냐고, 이 낯선 숫자가, 이시모프가 거의 1세기 전에 소설에서 언급했던 그 미래, 실제로 올 거 같지 않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다. 내가 어린시절에 읽던 그 세상에서 사는 미래의 인간이 되어버린 거다.


2.

갑자기 또 뭔 바람이 분건지. 혹은 변덕을 부리는 건지. 변명을 하자면 이번 년도는 음력으로 계산해서 내가 태어난 해로 돌아온 거라는 말을 들었고, 그냥 그 핑계로 뭔가 다시 시작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 또, 또, 또 시작이다아~~~ 쯧쯧" 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맞다, 이건 미친 짓이다. 몇 년후에 발생할 가능성만 쬐꼼 있을 뿐인 다음 번 이사에서 제외기킬 예정이긴 해도, 그 몇 년 동안 사용한 후에 처분해도 아무런 상관없는 녀석들을 이번에 미리 정리하는 중이니까. 대다수의 아줌마들은 버릴 물건들을 끝까지 가지고 있다가 버리는 반면, 이상한 나라의 마녀 아줌마는 나중에 버릴 거 미리 버리자는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이고, 모두들 수납공간이 많을 수록 좋다고 하는 와중에도 수납할 물건을 줄이는 게 맞다고 믿는다.


이번에는 덩치 큰 녀석들도 내보내기로 했다. 나에게 푸대접을 받느니,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서 잘 사용되길 바랄 뿐이다. 그런 마음을 품은 건 이미 오래 전이어서 몇 년정도 침대로 사용하던 데이베드는 이미 몇달 전에 내보냈고, 며칠 전 커다란 수납장이 나갔다. 수납장은 오래 사용해서 지난 이사에서 들고갈까 말까를 망설이던 녀석인데 그냥 둬도 이래저래 사용할 수 있지만 미리 정리했다.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엄마의 주장 때문에 들여온 2인용 소파도 필요한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아직 새거라서 아깝긴 하지만, 내 인생에 소파-침대-TV는 필수품이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3.

역시 1월은 내게 감기의 달이다. 만약 심한 감기에 걸린다면 대부분 1월이고, 올해도 어김없이 걸렸다. 추운 날씨와 건조함이 겹치기 때문에 피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항생제 안먹으려고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했지만 결국 항생체 처방을 받았고, 그나마 순한 약이라서 그런지 그럭저럭 참을만 하고, 회복속도도 빠르다. 효과는 알 수 없지만 각종 형태의 유산균들도 거의 '융단폭격'하듯 때려박는 중이다.


덕분에 새벽운동에도 휴식기가 찾아왔다. 이번 서식지 근처 헬스장은 놀라웁게도 설날 추석날에도 영업하므로 운동중독(?) 마녀 아줌마도 연중무휴로 했는데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사흘 정도는 쉬기로 했다. 날씨도 춥고 외출하는 것도 버거워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좁은 집안을 돌아댕기면서 자잘한 애들 정리에 나섰다.


4.

커다란 것보다 '자질자질자질'한 소소한 물건 정리가 더 어렵다. 쓰기도 애매하고 버리기도 애매하고, 이리저리 밀쳐두고 뭉쳐둬도 지저분하고 간신히 없앴다 싶어도 마치 잡초처럼, 먼지처럼 없애고 또 없애도 또다른 형태의 자잘한 애들이 어느새 슬그머니 들어앉아 있다. 이번에는 좀 더 과감해져야 해. 나중에 후회해도 괜찮으니 그냥 버리자고 마음먹고 정리하는 중이다.


정리방법은 이렇다.

(1) 자잘한 애들을 모두 꺼내서 한곳에 놓아둔다.

(2) 비슷한 종류끼리 모은 다음, 겹치는 것들 중 버릴 것을 빼낸다.

(3) 몇년동안 안쓴 물건은 버린다.

(4) 사용하던 작은 플라스틱이나 종이바구니를 가능한 없앤다 - 의외로 수납용기 자체가 짐이 될 경우가 많다.

(5) 정말 필요한 것만 종류별로 분류해서 다시 보관한다.


이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나중에 이사할 때 하겠다고 미루면 결국 이사가서 하겠다고 생각하고, 이사 후에는 피곤해서 다시 때려넣게 된다. 수납장 적다고 탓하지 말라, 수납할 물건을 줄이면 환기나 청소에 훨씬 도움되고 인생도 가벼워진다. 물건과 더불어 마음도 정돈된다.


5.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 없는 지금이 정말 편하게 다가온다. 갑자기 추위가 찾아오고, 감기가 찾아올 때 수업 준비를 하고, 번역을 하고, 수업을 해야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 누리는 느긋함이 정말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하늘눈전망대 & 용두산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