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의 단상

마녀아줌마의 세상

by Stella

1.

이번 주 후반에 반짝 추위가 예고되어 있으나 그래도 입춘이 지났으니 매서운 1월 보다는 낫겠지. 얼마전부터 기온이 조금씩 오르면서 겨울 내내 에너지 방전으로 비실거리던 마녀 아줌마도 조금씩 충전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입춘이 그냥 의례적으로 지나가는 절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듯! 원래 한 해의 시작은 양력도 음력도 아닌 입춘이므로 이를 기점으로 나이를 한살 더 먹는 거라고 했으니 상당히 중요한 절기가 분명하다.


그러고보니 아주 오래 전에 어떤 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엄마 뱃속에서 며칠 만 더 버티고 입춘을 지나서 태어났으면 훨씬 더 건강이 좋았을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완전 빈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는 없으므로 저질 체력의 끝판왕인 몸을 쓸고 닦으며 살아가야해. 어쩌면 비실거리기 때문에 더 편하게(?) 사는 건지도 몰라.


2.

얼마 전 소파가 제 집을 찾아 떠났다. 깨끗하고 멀쩡한 소파를 치우다니, 누군가-아마도 울 엄마-는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게 분명하지만 살다보니 텔레비젼과 소파와 침대를 비롯한 덩치 큰 가구들이 필요없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면 아마도 프로젝터를 사용하게 될거고, 소파에 눕지도 기대지도 않는 성격이므로 안락한 1인용 독서의자를 구매하게 될거고, 침대의 경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바닥에 요를 깔고 사용하는데 불편한 게 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힘이 없어서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게 힘들고, 공간이 작으므로 덩치 큰 것들을 선호하지 않게 때문인데 세월이 흐르면 취향이라는 것도 변할 수 있으니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면 된다. 그래도 지금은 그냥 이게 좋아!


3.

혼자 살아온 세월이 한 두 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은퇴 이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내가 좋아하거나 원하는 게 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를 깨달아 결정했다고 해도, '절대'라는 말은 '절대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진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에 따라 필요한 게 달라지고 취향도 변하기에, 스스로 솔직해져야 한다. 원하는 게 뭔지, 그게 아무리 유치 찬란하고 조금은 부끄럽다고 해도 사실대로 인정해야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 같다.


4.

그림은 여전히 내게 중요한 친구가 분명하다. 이상한 건, 예술적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음에도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고, 안그리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할 줄 아는 게 그거 밖에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캔버스 혹은 종이 심지어 가구든 상관없이 그냥 '페인팅' 그 자체를 좋아하는 거 같다.


지난 해에는 아크릴화를 시도했고, 아크릴 재료의 장점은 분명하며, 앞으로 종종 이용할 거 같지만 다시 유화로 돌아갈 거 같다. 선입견일지 몰라도, 혹은 아크릴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유화가 훨씬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5.

책 취향이 변했다. 거의 평생동안 소설을 즐겨 읽고 번역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관심분야의 책들, 말하자면 미술이나 천문학, 역사, 여행 관련 책이나 시집에 눈길이 가고, 지금까지는 미술 전시회에 가면 그냥 전시 작품만 보고 왔는데 만약 크기와 무게면에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는 도록도 구입할 의향이 있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


더불어 글쓰기를 좀 더 배워볼 수도 있다. 요즘같이 AI가 모든 걸 다해주는 시대에 생뚱맞게 왠 글이냐고 갸우뚱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좀 더 논리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번역 통역기가 점점 좋아지는 이런 세상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같은 맥락인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올해 내가 해야할 일이 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6.

산책과 여행의 방식도 변한 것 같다. 지난 2-3년 동안 각종 산책로와 둘레길, 미술관과 박물관과 고궁을 비롯해서 여행사 당일치기와 나홀로 여행 등등으로 여러 곳에 갔다. 아무 생각없이 나갔다가 엉뚱한 곳에 가기도 했고, 답답하면 무조건 남산에 갔다. 그런데 이제는 돌아디니기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행사 당일치기 상품의 경우, 갈만한 곳은 거의 간 거 같고 하루에 네 군데 이상 방문하는 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므로 당분간은 자제하기로 했다. 서울과 근교의 둘레길이나 성곽길에 가서 하루종일 '우연 천만의 길'을 걷다가 오는 횟수도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계획을 세워서 가는 여행은 국내든 해외든 기회 닿는대로 갈 생각이다.


하지만 서식지에 틀어박혀 지내고 싶은 건 아니므로 여전히 돌아다니겠지만 그냥 하루종일 걷기 보다는 어딘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하다보면 뭔가 알 수 있을 듯. 그저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거, 맨날 똑같이 살 수는 없자나!


올해의 키워드

1. 그림

2. 책읽기와 글쓰기

3. 일본어 공부

4. 여행


아, 뭐야~~ 나 완전 아날로그 그 자체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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