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이눔의 사용설명서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당히 당혹러워하는 중이다. 한번 정했으면 되었다고 안심했는데 뭐가 이리도 자주 변하는 건지, 내가 이토록 변덕스러운 건지, 원래 이런건지 잘 모르겠으나, 상황이 변했거나 혹은 나도 몰랐던 내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렇게 된 김에, 소위 말해 태어났던 해로 한바퀴 돈 기념삼아 한번 더 써보는 것도 괜찮을 듯.
1. 서식지
요즘은 학군과 대중교통 좋고 커뮤니티를 갖춘 대단지 아파트가 대세여서, 엄마를 비롯한 지인들은 나이들면 커뮤니티 있는 아파트에서 살아야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나도 왠만하면 그럴려고 했으나 가격이 말도 안되게 치솟는 중이고, 돈을 깔고 살 생각은 전혀 없으므로 그냥 대중교통과 주변 녹지만 보기로 했다. 근처에 헬스장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필요한 공간도 실평수 12-15평이면 충분하다. 처음에는 그림그리고 운동할 공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 하나씩 넓어지면 관리가 힘들다. 엄마가 들으면 펄쩍 뛸거고 지금 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장기임대주택도 괜찮을거 같다.
2. 전체적인 삶의 방식
안해본 거 하면서 살기로 했다. 지금까지 했던 것들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냥 중단하기로 했다. 원하는 게 생기면 소리없이 나 혼자 '해치우기로' 했다.
3. 식료품 및 생필품 조달
모두들 배달음식과 마트가 가까운 곳이 좋다고 하지만 배달음식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고, 마트와 다이소는 엄청 이용하는데, 나이가 많아지면 특히 온라인몰을 이용할 예정이다. 지금도 요거트 1.8리터 짜리 하나 사면 그거 들고 오느라고 다른 거 못사니까 나이가 더 들면 불가능하고, 나의 구매목록을 고려하면 마트의 최소배달금액을 매번 맞추기도 어렵다.
4. 각종 가구와 기기
예상보다 필수 물품이 훨씬 적고, 혼자 이동하고 처분할 크기가 넘어가는 물건들은 왠만하면 소유하지 않는게 좋다. 심지어 세탁기 대신 '런더리Go' 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니까. 소파 혹은 TV 및 침대는 사절이고, 독서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으나 의자란 놈은 '편안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부피가 팍팍 늘고 이동도 힘들다. 단점을 알면서도 고려 중인 빈백 역시 부피가 만만치 않으나, 무게가 2kg에서 4-5kg 정도라면 감내할 수 있다.
최신형 로봇청소기는 본가에서 사용 중인데 나름 관리가 필요하고 얘가 돌아다니면 정신이 없는 거 같아 포기했다. 커피머신의 경우, 전자렌지에 우유를 아주 뜨겁게 데워서 인스턴트 커피를 타먹는 현재의 방식을 아직까지는 너무 좋아하므로 만약 산다면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를 구매할 거 같다. 다만 소형 음쓰처리기와 식기세척기(6-8인용)은 아직 구매 목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처럼 이것저것 갖추고 사는 세상을 거꾸로 사는 셈이다. 어쨌든 종류 막론하고 '정말 정말 정말' 필요치 않은 건 모두 아웃!
5. 산책과 여행
지금까지는 워낙 가본 곳이 없어서 날씨만 좋으면 불쑥 아무데나 가서 하늘보고 나무보고 꽃보고 걸어다녔고, 당일치기 관광상품이나 트레킹 여행도 많이 다녔다. 여전히 걷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가능한 주말에 하기로 했다. 당일치기는 체력 부족 때문에 서울과 근교로 제한하고 지방으로 나홀로 숙박여행을 가더라도 여러곳을 방문하기 보다는 좀 더 느긋하게, 카페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려보기로 했다. 이런 것도 연습해야하나 싶지만 어차피 너무 힘들어서 못돌아다니므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갈 거 같다.
6. 일상생활
아가들의 직업이 '먹고 자고 응애응애 우는 것'인 것처럼, 은퇴자의 직업은 시간을 잘 보내는 거다. 그동안 몇가지를 시도했는데 계속 실패(?)를 맛보고 좌절하고 다시 시작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급하게 할 생각은 없지만 스스로 must' 항목으로 분류한 건 조금 조일 필요도 있다.
내가 가장 공들이는 건 그림이지만 지지부진을 면치 못해서 그만둘까 하다가도 포기하기에는 그림그리기가 주는 행복이 너무 커서 어떻게든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다. 현재 한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중인데 잘 될지는 의문이다. 바램이 있다면 글과 그림을 함께 묶어가고 싶다는 거고,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낸 분들도 꽤 봤다. 나의 로망을 이루신 분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아무래도 60-70대에는 일본 자유여행을 자주 갈 거 같고, 아무리 통역기가 있다고 해도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하고 싶다.
하루종일 서식지에 있으면 쳐질 확률이 높아져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근처 도서관에 간다. 몇 군데 가본 결과 근처 미술관 도서관이 가장 맘에 들었다. 운영시간이 제한적이어서 사람들도 적고 조용하고 도보 1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이 정도면 거의 최상이다.
유튜브 시청은 줄여야한다. 숏폼 중독은 아니고 롱폼 컨텐츠 몇개를 화이트노이즈 삼아 틀어놓는데 그래도 줄이긴 해야한다. 라플위클리와 파이아키아, 유현준, 자취남, 연국의 내일 정도만 밥 친구 혹은 주말 친구가 될 거고, 그 빈공간은 라디오로 채우는 중이다. 요즘은 앱으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어서 편리한 듯! 특히 손 근육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손글씨 필사할 때 좋은 거 같다. 다행인 건 마음을 다잡아서 그런지 손글씨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일단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