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2026
계획했고, 최소한 지금까지는 실패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노력 부족이라는 건 분명하고, 그렇게 실패한 이유가 아닌, 좀 더 근본적으로 노력을 회피하는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실패의 대상은 방구석 화실의 운영이다. 은퇴 후 생활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지만 그림에 관해서 빗나간 부분이 많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방 한구석에 이젤을 세워두고 좀 더 그림에 몰두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도 늙다리 취미생치고 혼자 곧잘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는 그 능력이 쇠퇴한 건지, 집중력이 줄어든 건지, 그나마 있던 실력이 없어진 건지, 더 나아가 그림에 대한 열망과 재미가 식어버린 건지, 이유를 알아야 계속 하든 완전히 접어버리든 결정을 내릴 수 있으므로 스스로 팩폭 혹은 자폭 한번 하기로 했다. 이러다가 장렬히 전사할 지도 몰라! 흑흑
1. 드로잉 능력 부족
가장 큰 원인은 드로잉 능력부족이 재미상실로 이어진 것 같다. 예전처럼 모작을 하거나 똑같이 그리려고 노력할 때는 그냥저냥 혼자 할 수 있었으나 그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고, 그 대신 나만의 그림체를 찾고 싶어서 시도했음에도 번번히 실패했다.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2. 손근육 문제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문제를 유발하지 않겠지만 내게는 큰 장애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손가락 힘이 완전 부족해서 손으로 하는 작업 - 연필쥐기, 젓가락질하기, 가위사용하기 -등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컴퓨터와 포크사용 같은 대체 방법으로 지금까지 슬쩍 넘어갈 수 있었으나 드로잉이나 붓 사용할 때는 단점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어떻게든 손근육, 특히 손가락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 에공!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위의 두가지 문제가 가장 크고, 그에 따라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봤다.
(1) 아크릴화 접기
아크릴 물감은 빨리 마른다는 장점은 확실하지만 얇고 가볍게 그라데이션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선택한 건데, 현재로서는 유화처럼 꾸덕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그럴 바에는 그냥 유화가 낫다는 결론이다. 언젠가 방법을 찾으면 혼합재료로 사용할 수 있겠지.
(2) 방구석 화실은 보조장소
일주일에 한두번이라도 화실에 나가는 상황에서 보조 장소일 뿐이다. 그냥 혼자 마냥 그리는 건 정신건강에도 나쁜 거 같다. 지금까지 상황에서는 홍대미술평생교육원이 가장 적합하다. 학기별로 운영되며 올해는 여행계획이 있어서 방학특강 정도 괜찮을 듯.
(3) 글과 그림의 합체
이거 못하면 난 그림을 그만둬야 한다는 느낌 아닌 느낌이 너무나 강력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글과 그림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두 가지를 대충 짬뽕(!)시켜야 그나마 나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을 거 같다. 아직 제대로 안해봤으니 결과는 모르나, 이건 실패하더라도 일단 GO! 하기로 했다. 최소한 후회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덩그러니 놓여있어서 괜히 스트레스 받던 방구석 화실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았지만 왠만한 건 모두 정리했고, 당장은 만년필로 글씨도 쓰고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다행히 손가락 힘이 조금 나아진 거 같은데, 좀 더 해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