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2026
어쩌다보니 내가 먹는 음식은 몽땅 건강에 좋지만 입은 선호하지 않는 심플 담백 심심한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중감량 목적이 아니라 타고난 입맛이 그런 거여서 원재료를 그냥 쪄서 먹는 걸 훨씬 좋아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건강한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타고난 체질상 밀가루와 당분은 소화가 힘들어서 자주 먹으면 안되는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포기 못하는 게 바로 빵과 디저트이다. 유학시절 비가 축축하게 내리면 커피와 쵸코머핀을 샀고, 요즘도 커피쿠폰이 생기면 커피는 어차피 아침에 잔뜩 마시기 때문에 케이크로 바꿔서 냉동고에 넣어두고 아주 조금씩 잘라먹거나, 통밀식빵이나 슈크림 빵을 사서 조금씩 뜯어먹기도 한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커피와 빵과 디저트와 요거트만 먹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소화를 전혀 못시키니 어쩔 수 없는 대안인거다.
근데 한국의 빵과 디저트가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담백한 베이글에 크림이 잔뜩 들어가고, 온갖 토핑이 올라가며 안그래도 당도 높은 과일에 설탕을 입혀 먹고, 보기만 해도 혈당 스파이크 제대로 와서 정신마저 얼얼해지는 두쫀쿠도 후더덜한 가격이지만 엄청나게 팔렸고 아직 팔리는 중이다.
놀라운 건 디저트가 유행을 탄다는 거다. 예전에도 실타래빵이나 경주빵, 십원빵 등등 길거리 디저트가 유행한 적은 있지만 가격이 애교 수준인데다 그런 종류는 수명도 길어서 지금도 팔리는데 반해, 요즘은 마치 떳다방처럼 주기가 짧아져서 생겼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것 역시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워낙 빠른 거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이 반영된 거니까.
유행은 모든 것에 있다
과거의 유행은 옷과 헤어 패션과 연관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80년대 중반에는 닭벼슬 머리를 했고, 청바지를 입었고, 진분홍색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 언젠가부터 홈쇼핑에서 엄마가 알로에, 아로니아, 브라질너트 등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을 줄줄이 사들여서 이게 어디에 좋다더라고 말하면서 나눠주고, 그 외 각종 제품들이 유행따라 팔리기 시작한 것 같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주제가 유행하면 비슷한 책들이 쏟아진다. 오죽했으면 한국에서 '~하는 101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많이 팔리면 비슷한 책이 101 가지가 출판되어 다 같이 망한다는 말이 나왔으니까.
아, 맞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은 존재하지만 한국은 무엇이든 최고급 딱 하나를 찝는 걸 좋아하기에 유난히 한가지로 싹쓸이 도배를 하고, 금새 질려서 망하고 다음판으로 넘어가는데 요즘은 그 주기가 짧아지는 거지.
다시 디저트로 돌아가서 보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알 수 없으나 디저트 유행이라는 유행이 끝날때까지 유행하는 디저트가 계속 나올 것 같다. 두쫀쿠 광풍도 한 두달만에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벌써 다음 디저트가 등장하는 거 같다. 비주얼로 보나 맛으로 보다 좀 더 화려하고 달달해진 걸 개발해야하므로 만드는 사람들이나 그걸 사기 위해 오픈런에 몇시간씩 줄서기를 해서 사먹고 사진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도 함께 바쁠거 같다. 이래 저래 한국은 바쁘다.
언젠가는 디저트의 역사 혹은 사회적 변천사, 사회적 의미라는 책이 나올지도 몰라! 아님 이미 나왔을까? 내가 생각할 정도라면 이미 알려진 거니까. 혹은 내가 한번 다시 기획해볼까? 이건 자료 조사가 중요할 텐데... 누군가 같이 할 사람 있으면 손드슈! 재미있겠는뎅?
덧붙이자면,
유행 디저트를 팔고 사는 이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나 싫으면 안먹으면 되는 거여서 상관없다. 그런데 외국에서도 식사빵에 비해 디저트는 좀 비싼 축에 속하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삭사빵이나 디저트 모두 그 가격이 맞긴 한 건지는 잘 모르겠고, 맛은 좋지만 이토록 자극적인 걸 계속 먹다가 각종 성인병이 유행하는 게 아닌지 모르것다. 즐기기는 하되 정신은 좀 차리는 게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