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2026
어린 시절은 그럭저럭 좋은 공간에서 자랐다. 내가 태어나던 해 지은 집에서 꽤 안정적으로 - 어릴 때 소원이 이사 한번 가보는 거 였음! - 살았고, 엄청 부유한 건 아니었으나 그 시대에 그 정도 살았으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기에 그런 점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감성 한스푼이 부족한 건 인정해야 한다. 먹고 살고 교육시키기에 올인했던 그 당시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지금과 달리 자신의 소질이나 취향, 취미, 여행 등등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열심히 일하고 아끼고 저축하고 내 집 마련하고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국민적 목표 아래, 옆이나 뒤는 돌아볼 새도 없이 주구장창 앞만 보고 달리던 시대였다. 내가 졸업하던 80년대 후반 당시, 대졸자 대기업 초봉이 28만원이었으니, 우리 부모님 세대는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불가하다. 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성실하고 열심히 사셨지만 안타깝게도 감성 제로, 아니 마이너스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면, 내가 대단히 감성적이었다는 거다. 유행이나 가격과 상관없이 전체적인 선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깔맞춤이 되어야해서 주구장창 주변을 둘러보며 저거 없애고, 이거 바꾸고... 이런 생각을 무지무지 해댔고, 그 버릇은 지금까지도 기존의 가구나 소품의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고, 눈에 거슬리는 건 과감히 버리고, 페인트 칠하고, 시트지를 붙이는 습관으로 이어지고, 그 와중에 완전히 정착할 서식지에 대한 생각도 하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깨달음!
지금까지는 최소한의 작업공간과 운동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실내면적 15평-18평 정도 되는 아파트를 생각했으나, 12-15평으로 줄여야하며 채광만 좋으면 그 이하도 상관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만약 내가 그림을 계속한다면 집이 아니라 취미화실이라도 나가거나 강좌를 계속 듣고, 운동은 헬스장과 밖에서 걷고 뛰고, 집에 운동기구를 둔다면 아령과 스트레칭 매트 정도만 있으면 된다.
주방은 가능한 초소형 동굴형!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전자렌지 뿐이다. 싱크대도 작은 거면 충분하고, 상부장도 필요없고, 휴대용 인덕션 1구와 밥통은 아주 가끔 쓰기 때문에 필요할 때 꺼내면 되고, 필요한 주방가전은 300리터 미만의 냉장고와 정수기, 소형 찜기, 1인용 에어프라이어기와 1구짜리 샌드위치 메이커, 좀 더 바란다면 소형 음쓰처리기 정도이다. 현재 후라이팬도 거의 안쓰고, 냄비는 달걀 찔 때만 사용한다.
옷장은 1인 가구도 꿈꾼다는 드레스룸은 커녕 현재 사용 중인 가로 80센티짜리 옷장 두 개 이상은 늘리지 않고 옷 하나를 더 사면 하나를 버리는 1대 1 교환식으로 하게 될거다. 신발도 러닝화2, 트레킹화2 등산화1, 단화1 정도면 정말 충분한 듯. 만약 하나 더 한다면 여름용 스포츠샌들 정도?
아, 그렇구먼! 남들이 말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채광만 좋다면 오피스텔과 주상복합과 빌라도 괜찮을 수 있고, 엄마들이 관리하기 귀찮아서 극혐하는 초소형 단독주택도 괜찮다. 이렇게 된 건, 내게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물건이든 사람이든 돌봐주고 관리하기 싫다는 에너지부족 인간의 꼼수 때문이다. 있어야 편하다가 아니라 없어야 더욱 편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 아는 듯하다.
사실 이런 방식이 '옳은 혹은 좋은' 것은 아니다. 아마 대부분이 나처럼 살면, 지구 환경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인간 경제는 와르르 무너질 거다. 그저 드는 생각은,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미각이나 소화력이나 흡수력에 따라 제각각 다른 것처럼, 무엇을 해도 100인 100색이므로 누군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옳고 그름을 안따지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는 거다.
오늘의 생각 :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게 정말 내게 맞는 건지 다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선택도 다르다. 결과도 다르다. 각자 알아서 잘 판단해야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