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아줌마의 세상 2026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수시로 바뀐다고 한다. 그런데 장년 혹은 노년 초입에 도달한 이상한 나라의 마녀아줌마의 희망사항도 계속 변하는 중이고, 아직도 못찾고 헤매는 과정이라게 더 정확한 표현일거다. 대체 언제까지 헤맬거니?
처음부터 되짚어보자.
1. 30대 초반
소설번역을 주구장창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긴 했는데 그리 성공한 건 아니다.
2. 30대 후반
웹 디자인을 하면서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겼지만 3년 후 되돌아 왔다.
사실 이 부분은 IMF 영향이 크다. 출판사가 어려워져서 일이 사라진 상태의 대안이었다.
3. 40대 부터 50대 후반
번역을 다시 시작했으나 소설이 아니라 통번역 공부 - 유학 - 번역강사를 하다가 은퇴했다.
4. 은퇴 후
40대 중반부터 시작한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싶었으나 일을 그만둔 직후 발현된 역마살 때문에 나돌아댕기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기느라 그림은 손도 못대는 중이다.
5. 그나마 잘한 일
20대 후반부터 정말 꾸준히 운동 덕분에 체력은 저질이나 건강하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게 뭔지 정도는 안다. 글쓰는 것도 좋아한다. 혼자놀기의 달인이다.
인생결산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내 인생 대부분은 번역과 관련되어 있다. 번역쟁이와 시간강사로 끝낸 이력을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은 걸 보면 인간관계가 그리 좋은 게 아니다. 살아온 인생을 바꿀수 없고, 지금부터의 갓생을 위해 나를 송두리째 바꿀 수도 없다. 다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을 뿐이다.
하고 싶은 일 & 이유
1. 글과 그림을 함께 담고 싶다.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며, 그나마 지금까지 가장 많이 접한 대상이 글과 그림이다. 특히 내게 '몰입'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준 건 그림이다. 아날로그의 산물인 글과 그림의 결합이 내 평생 소망으로 자리잡았다
2. 여행을 잘 다니고 여행과 그림을 함께 담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잘'은 '가볍고 손쉽게'의 의미이다. 국내도 좋고 해외도 좋고, 고급진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스트레스 해소할 일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떠났다가 돌아오면 뭔가 신선해지고 새로 리셋되는 기분이 든다.
하고 싶은 두 가지의 공통점
글 혹은 문자는 나의 과거이고, 여행은 나의 미래다. 이 두가지를 유일한 취미인 그림에 싶은 거다.
40대 후반에 그림이라는 취미를 접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다. 예술적 재능은 0.001도 없는 취미생이었고, 모작만 해도 즐거웠다. 그런데 갑자기, 택도 없이, 말도 안되게,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누군가는 이 아줌마가 정말 웃기고 있네~~~ 라고 비웃을 지 모르겠다.
내가 왜 그런 걸 원하는 거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아니, 그건 정말 아니다. 돈 벌고 싶니? 그거라면 최소한 재료값 정도는 받을 수 있는 명화모작이 낫다. 늘 궁금했는데 조금 전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원래 원하는 게 분명하다. 의자 하나를 사도, 블라인드 하나를 설치해도 내가 원하는 크기와 모양과 색깔이 분명히 있고, 그걸 찾을 때까지 뒤지다가 없으면 안산다. 누군가의 권유로 사면 반드시 후회한다. 그림도 똑같다. 누군가의 그림에 꽂히기는 하지만 그건 타인의 그림이므로 감탄의 대상이지 내 그림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나의 조그만 인생과 감정을 그림에 담고 싶은 거다.
해야할 일
로또 당첨을 원하면 최소한 로또를 사는 수고를 해야하는 것처럼, 하고 싶은 것만 줄창 적어봐야 소용없다. 소원을 망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뭔가 해야한다. 일단 이번 달은 여행 계획이 많으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오면서 사진과 감정을 남겨두어야지. 그림 강좌는 여름방학 특강 신청으로 시작하고, 왠만하면 가능한 강좌를 이어서 들어야겠다. 아크릴은 당분간 포기, 유화가 나을 듯.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된다면 어차피 혼합재료로 가게 마련이므로 나눌 이유는 없다. 만약 정말 노력했는데도 못해내면? - 간단하다. 포기하면 된다! 인생 힘들게 안산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