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산책

마녀아줌마의 세상구경 2026

by Stella

계획은 0.1도 없었다. 그냥 한순간에 결정해서 서식지를 빠져나왔다. 가장 손쉬운 남산으로, 지하철 첫차를 타려면 한참이 남아서 버스를 탔고, 원래는 장춘단공원을 가로질러 가려던 마음을 바꿔서 국립극장으로 올라갔고, 원래는 남산만 잠시 가서 벚꽃 한번 보고 돌아와 헬스장에서 운동하려던 생각이 바뀌어 수성동 계곡으로 갔고, 원래는 창의문 쪽으로 내려와 버스타고 경복궁역으로 가서 지하철로 돌아올려다가 쭉 뻗은 길을 보자 더 걷고 싶어서 역까지 걸었다가 갑자기 지하로 들어가는 게 싫어서 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버스를 타고 서식지로 복귀했다.


이렇게 충동적이라니! 일을 할 때는 나름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인데 반해, 어떤 부분 혹은 상황에서는 충동적인 경우도 많아서 스스로 'J' 인지 'P'인지 판단하기 힘든 거 보면, 시험점수로 이과-문과를 나누거나, 문항 몇개 질문으로 성격을 딱 가르는 MBTI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 어쨌든 요점은, 복잡다단한 '나'는 새벽부터 뛰어나가 먼지와 연무 사이를 걸어가며 벚꽃과 개나리와 연한 새싹과 만나고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얼굴을 내민 파란하늘과 인사한 후 돌아왔다는 거다.


남산의 벚꽃은 여의도 혹은 벚꽃 명소에서처럼 탐스럽지 않고 개나리도 서서히 물러날 때가 된데다가 구름과 먼지 때문에 아주 맑은 하늘도 아니었지만 핸폰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고요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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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수선화도 이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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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때는 국립극장 쪽으로 올라갔으나 내려올 때는 하늘숲길 방향 표지판을 따라갔다. 요즘은 산 둘레를 따라서 무장애 데크길을 조성해놓은 경우를 자주 보는데, 남녀노소 아무나 다닐 수 있어서 좋고, 예전에는 그냥 데크길만 만들어놓았다면 지금은 군데 군데 전망대를 설치해서 원하는 사람들은 올라갈 수 있게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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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데크길에도 전망대가 여러개이고, 올라가면 의자와 테이블을 놓아두어 사람들이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간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게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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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내려오면 남산도서관이 나온다. 거기서 올라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나도 다음에는 여기서 시작해야겠다. 이때쯤 되니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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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여기까지 하고 돌아와야하는데 파란 하늘을 보자 갑자기 좀 더 걷고 싶어서 수성동 계곡으로 갔다. 종로 한복판의 계곡이라니, 볼 때마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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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가 서울시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 시인의 언덕이다. 올 때마다, 계절과 날씨 상관없이 아름다움이 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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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장소의 경우, 가을이 되면 낙엽 맛집으로 바뀐다. 정말 이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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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덕을 내려와 부암동 방향으로 가면 창의문이 나오고, 거기서 버스를 타고 경복궁역까지 갈 수도 있었으나, 그냥 걸어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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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남았다면 창의문 쪽으로 가서 백악구간을 걸었을 텐데. 근데 여기서 주의할 점! 창의문에서 시작하는 백악구간 길은 완전 계단 맛집이라는 사실이다. 조금 편하게 걸으려면 반대방향으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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