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녀 아줌마의 세상 2026
1.
새벽에 뛰면서 소위 갱년기 이후에 멸치아줌마가 되어버린 이유를 깨달았다. 내 허약한 체질과 뼈대를 버티려면 몸이 가벼워야 하기에, 체지방이 알아서 나가버린 게 아닐까 싶다. 현재 내가 서식지 물건들을 줄여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많아지면 뭔가 답답하고 기운이 빠지기 때문에 건강유지를 위해 필수품만 소유해야 된다는 거여서, 말하자면 물욕이 없는 게 아니라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 부피를 줄이는 거다.
그런 이유로 데스크탑도 없애기로 했다. 시꺼멓고 부피 큰 본체도 어차피 정리할 거고, 현재 작은 노트북 + 아이패드로 대부분 해결되며, 용량 큰 프로그램 돌일 일도 없고, 약간 큰 게 필요하다면 14인치 노트북 한개 구입할 예정이다. 현재 사용 중인 6년 된 중고 노트북은 용량 적고 성능도 별로여서 당근할까 하다가 워낙 가벼운데다 나름 여러 포트를 갖추고 있고, 180도 펼쳐지는 거여서 소장하기로 했다. 어차피 당장 새로운 애를 들이지 않을거고, 컴퓨터 한대는 필요하다.
2.
언제나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으로 살아왔다. 안믿을 지 몰라도,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어린시절인 유치원 때도 그랬다는 거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을 때도 어른이 되어 주사 맞으면 아플텐데 그때는 어른이라 울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했다. 중고등학교 때 누군가 내게 소원을 물어보면 '행복한 죽음'이라고 대답해서 사람들은 나를 엄청 염세적이라고 생각했다.그건 절대 아니다. 지금도 그 소원은 변함이 없고, 물론 일찍 죽거나 미리 죽고 싶은 생각은 0.0001도 없다. 아니, 왜 미리 죽냐고! 태어났으니까, 어차피 죽을텐데, 살 수 있을만큼 살아야지!!!
지금도 내 인생을 외부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으로 살아가며, 그런 이유로 나 자신에게 가장 혹독한 팩폭을 할 수 있다. 정신승리가 필요하다지만 잘못한 것을 인정해야 담에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 이유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거 같다. 행복한 걸 행복하다고 못하고,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불편한 이유가 궁금하다.
3.
헬스장에 가면 모두들 바쁘다고 한다. 물론 나도 바쁘게 운동하는데, 그 이유는 할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조금 지체하면 샤워장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가성비 갑인 헬스장답게, 샤워기 딱 다섯 대에 드라이어기도 제대로 된 건 딱 세 개 뿐이라서 출근시간대에 겹치면 답이 안나온다. 하지만 그 이후 바쁜 일정은 1도 없는 걸로 보면 내가 그다지 유용한 인간(?)은 아닌 게 확실하지만, 유용하지 않은 것도 존재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잘나지 않은 사람도 필요한 거다.
4.
스트레칭은 여전히 진행 중. 또 뭔가가 변한 기분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 사람들은 뼈를 맞추면 된다고 생각해서 도수치료, 카이로프렉틱, 추나요법을 하지만 그건 급성으로 뼈가 어긋났거나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때 효과적인 거고, 만성일 경우에는 무조건 근육의 모양을 바꿔야하며, 그건 단시일이 되는 게 아니다. 뼈가 고집이 셀 거 같지만 뼈는 근육을 따라간다. 근육의 고집이 훨씬 세다. 하지만 내 고집은 근육보다 더 센 거 같다. 누가 이기나 한번 보자구!
5.
난생처음 일본 여행 계획인디 날씨가 안 도와줄 거 같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지.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인생사진을 건지는 게 아니고, 관광지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일본이 이렇게 생겼구나, 버스는 요렇게 타는 거고, 지하철은 저렇게 타는 거고 편의점과 마트가 이런 거구나 등등을 대충 익히러 가는 거니까. 냐이들면 아무래도 먼 나라보다는 일본에 자주 갈 거 같고, 주로 자유여행이 될테니까 조금씩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면 좋겠지만 하늘이 하는 일은 하찮은 내가 어떻게 알겠냐고요. 그저 따라가는 수 밖에.
아무리 반항적인 마녀 아줌마도 하늘 앞에서는 찍소리 못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