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아줌마의 세상구경 2026
가기 전부터 일기예보의 비소식이 와르르 쏟아지는 바람에 날씨는 포기하고 간 여행이었다. 국내여행이라면 간단히 취소하면 그뿐이지만 해외여행은 그럴 수도 없고, 그래! 날씨가 항상 좋을 수는 없고 일본은 앞으로 자주 갈 테니 이번에는 탐색전 - 분위기 파악하고, 지하철 익숙해지고, 편의점 음식 영접하는 데서 만족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으면서 날씨 변수에 맞춰 몇몇 일정을 변경했다.
1. 입국
출국 전 준비는 그럭저럭 잘 한 셈이었다. 비짓재팬웹과 인천공항 스마트패스 등록하고 이심설치를 했는데, 일본의 경우 첫 입국이어서 그런지, 외국인의 지문등록을 하게 하려고 그런건지, 그냥 패스가 되지 못하고 시간을 좀 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그런 거 같더라고. 이심은 잘 썼다. 로밍보다 훨씬 저렴하고 사용법도 간편하다.
2. 공항에서 숙소까지
리무진과 라피트 특급열차, 공항 익스프레스 기차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가장 빠른 건 라피트 특급열차다. 짐이 많은 경우 리무진을 이용하면 좋다고 하지만, 배차 간격과 그날 교통체증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들쑥날쑥이어서 라피트를 주로 이용하는 듯하다. 그래도 쇼핑을 많이 해서 귀국길 짐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리무진을 이용한다고 들었다. 실제로 호텔 근처 리무진 정류소에서 어마어마한 짐을 들고 서 있는 한국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라피트를 이용하기로 하고 유인매표소-현장발권했는데 1540엔, 그니까 14000원 정도였고,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였다. 클룩이나 기타 예매사이트 이용하면 2~3천원 정도 할인이 된다고 하지만, 예약할 때 시간까지 정해야하고 도착 시간에 따라 열차시간을 바꿔야해서 그냥 현장에서 샀다. 다음에는 예매해 볼 생각이다.
3. 복잡하지만 어렵지 않은 지하철
헷갈릴만큼 노선이 복잡다단하고 역도 많다. 난바역만 해도, 그냥 난바역, JR난바역, 난카이난바역 세 개이고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고, 길가다 보면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길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목적지를 구글지도앱에 입력하면 지하철 노선의 목록이 뜬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번에는 주로 '미도스 노선'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M' 자, 빨간색'만 찾아가면 그게 미도스 노선이었다. 다른 노선도 마찬가지다. 알파벳 머리글자와 노선 색깔만 기억하면 된다. 바닥에도 노선색깔별 라인이 쭉 그려져 있어서 그거 따라가면 되더라고.
지하철 내부는 서울 지하철보다 좁은 편이고, 안내방송도 잘 나온다. 처음에는 일본어로, 그 다음에는 영어로 나오는데 신기하게도 영어방송일 때 전광판에는 한국어 표기가 나오므로 절대 헷갈릴 수 없다.
지하철 입구만 해도 그렇다. 너무 많아서 어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일단 들어가면 노선색깔 표시가 되어 있어서 그걸 따라가면 되고, 정 모르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일본어를 몰라도 그냥 노선이름만 대면 다들 방향을 알려줬다.
4. 오사카는 한국?
벚꽃 시즌이 아닌데도 길거리 걷다가도, 편의점에 가도, 마트에 가도, 지하철에 가도 여기저기 한국어가 들려온다. 따라서 뭔가 정말 모르겠으면 걍 물어보면 된다.
5. 언어
일본 소도시 혹은 두메산골로 들어가지 않는 한, 오사카와 교토 등 대도시애서는 영어가 다 통한다. 어설프게 일본어 하지 말고 그냥 영어를 쓰면 더 대접(?)을 받는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고, 실제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빼고 몽땅 영어로 의사소통 했다. 가끔 영어를 못쓰는 호텔 직원이 있지만 대부분은 영어를 하고 상점에서도 마찬가지다.
6. 편의점과 마트
거의 '미쳤다' 수준이다. 특히 편의점 빵과 튀김은 느무느무 맛있고, 그 유명한 '타마고 샌도'와 '쟈지푸딩' '수플레' '오이시이 우유' '메이지 불가리아 요거트' '메이지 말차 아이스크림' '고로께'는 매일매일 먹어줬다.
지금까지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음식을 못골랐는데, 이제 말할 수 있다. '타마고샌도'와 '쟈지푸딩'!!! 먹을거얏! 배가 부르면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음식도 안먹는 내가, 돌아오는 날 공항 편의점에서, 심지어 배도 안고픈데도 사서 먹었고, 음식 들고 뱅기 절대 안타는데도 이건 정말 사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담에는 아마 최소 한 개씩은 들고 올 거 같다.
마트 빵도 괜찮지만 빵은 편의점이 더 맛있고, 그렇지만 마트에는 치즈케이크와 수플레, 당고 등등 다른 디저트가 정말 많다. 사람들이 회가 맛있다길래 사봤는데, 난 5살짜리 입맛이라 그런지 회 맛은 잘 모르겠다. 푸딩과 수플레와 빵에 완전 꽂혀서 왔다. 얏호!
7. 여행일정 급변경
원래는 둘째날 교토, 세쌔날 고배 당일치기, 오사카는 가는 날과 오는 날에 조금 둘러보려고 했으나 날씨 때문에 급 변경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처음 일정은 무리였다. 교토와 고베의 경우, 아침 일찍 갔다가 두어 군데만 보고 돌아올려고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 체력상 둘 중 한 군데만 선택했어야 했다. 연달아 당일치기는 무리라는 의미다.
여러가지 이유로 고베는 포기하고 세째날 교토에 갔고, 비가 오락가락한다길래 버스투어를 신청했다. 하루 동안 교토를 종횡무진다니면서 여우신사와 대나무숲, 은각사와 철학자의 길, 청수사를 보고 올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너무 여러 곳을 다닌다는 단점도 따라온다.
게다가 한국 내 투어상품처럼 일본에서도 한국인 대상으로 하는 투어는 무조건 '음식'을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음식 가이드 같다는 거여서,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버스투어는 신청하지 않을 것 같다. 비를 맞더라도 그냥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외에도 이번에는 마일리지표를 급하게 찾는 바람에 출발과 돌아오는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걸 고를 수 있다면 출발은 최소 오전 11시 이후로 해서 가는 날은 그냥 쉬는 걸로 하고, 돌아오는 뱅기는 최소 5시 이전으로 구해야할 것 같고, 짐이 없더라도 환승을 여러번 해야하는 공항철도보다는 리무진을 타야한다. 이번에 갈 때는 리무진을 탔지만 돌아오는 길에 리무진 한대를 코 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공항철도 탔는데, 30분을 더 기다려도 리무진이 더 낫다.
8.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좋았던 점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들 -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 대중교통 익숙해지기, 편의점 마트 털이는 3박 4일의 짧은 일정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모두 한 것 같다. 가장 아쉬웠던 건 날씨였는데, 이건 선택사항이 아니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여러가지 면에서 여행은 변수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계획을 촘촘하게 세워도 변수라는 포탄이 갑자기 날아와 애써 세운 계획을 박살내고, 나는 그걸 메우느라 우왕좌왕 좌충우돌을 해야한다. 과거와 달라진 건 마음대로 안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그래, 원래 여행은 이런 거지, 세상이 언제 내 맘대로 된 적 있냐?라고 쫑알거리면서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거 같다.
앞으로 여행은 계속 될거고, 벼라별 일이 다 생기겠지. 그래도 다녀오면 늘 '이번에도 잘 다녀왔고, 안갔으면 더 후회했을 것'이라 여기는 걸 보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