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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01. 2023

장욱진 회고전-천재란 이런 것!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 구경

장욱진.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분이다. 미술문외한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교과서에 실린 서양화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한국의 화가에 대한 관심이 없었으나, 요즘 들어 한국의 근현대 미술작품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모르고 지내다니.


지난번 김환기 회고전을 보기 위해 호암미술관까지 몇 시간을 가야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장욱진 회고전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앗싸~ 너무 좋더라. 드디어 2023년 추석날 아침, 일찌감치 버스를 타고 시청 앞에서 내려 덕수궁으로 향했고, 한산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나 같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장욱진 님은 평소에 "나는 심플하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던데, 생활도 그림도 심플 그 자체였고, 어린왕자와 도인을 모두 품고 계신 분이었다. 보통 대가들은 작아도 50호이고 100~200호 크기의 그림을 그린다. 일단 크기가 커야 울림이 크기 때문에 진정한 화가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장욱진 님의 그림은 대부분 작다. 이쁘고 앙증맞은 그림도 많았다. 그런데도 울림이 컸다. 이게 가능하다고?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그림 아래 숨어있는 필력도 엄청났다. 정말 이게 가능해? 


초창기 그림은 전통적인 유화 분위기 였다가 점차 단순화된 선으로 이루어진 반구상 그림으로 흘러가는 듯 했다. 두툼한 유화 물감이 진한 맛을 선사하는 그림, 동화같이 따뜻한 그림, 먹으로 붓글씨 쓰듯 그린 그림, 한국의 산수화 느낌이 나는 그림, 그림이 새겨진 도자기, 책 표지 그림...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신 것 같다.  

아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많았다.

  장욱진 님의 그림에는 나무와 새, 소, 집, 가족, 달, 해 등등 친근한 소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말년으로 갈수록 모든 것을 초월한 도인처럼, 유화임에도 단순하고 가벼우면서도 정감있는 분위기...

단순한 선으로도 이런 그림이 나올 수 있다니, 경이로울 뿐이다.

아래 그림이 이 분의 마지막 작품인 거 같더라.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그림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필력... 

보는 내내 너무 좋아서 가슴이 콩콩 뛰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가능한 많은 사진을 찍고 싶어서 전시회 사상 역대급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고, 그 뒤로 한바퀴 더 돌았다. 여기 올린 그림이외에도 좋은 그림들이 느무느무 많았다. 개인 소장품들까지 왕창 빌려온 것 같더라.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 얼른 가서 보길 권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용도 너무 착하게 든다. 명절 무료 관람이 아니더라도 덕수궁 입장료 + 미술관 입장료 = 3천원이다. 이게 실화임? -.-a  며칠 후에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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