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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02. 2023

아침고요수목원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혼자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세상구경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닿지 않거나 연계버스가 한두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장소에 가려면 뚜벅이의 선택지는 딱 두 개, 즉 고속버스 등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나머지는 택시를 타거나 혹은 여행사 투어를 신청하는 거다. 여러 명이라면 택시도 좋은 방법이지만 달랑 혼자 타기에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므로 내게 남은 선택지는 여행사 투어 뿐이다. 다행히 요즘은 합리적인 비용을 자랑하는 당일치기 투어상품이 많이 출시되어 있다.


역마살 제대로 발동한 아줌마. 양양여행-청계산 매봉과 옥녀봉-남산-덕수궁 미술관 나들이도 모자라 평소 눈여겨 봐뒀던 가평 아침고요수목원과 자라섬 투어에 나섰다. 나돌아다니는 맛과 맑은 가을 날씨에 홀린 거지! 


전전날까지도 맑음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온단다. 이미 취소하긴 늦었으니 그냥 가기로, 조금 불편하겠지만 나름 운치가 있을거라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세상 일이 언제 맘대로 되더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겠지 싶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예상보다 길이 안 막혀서 8시 20분 쯤 아침고요수목원에 도착했다. 날씨는 구름 많음, 그 사이로 햇님이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했지만 최소한 비는 오지 않았다. 파아란 하늘보다는 흥이 덜 나고 성능 나쁜 핸폰 카메라가 제 구실을 못할터이나 뙤약볕이 아니니 산책하기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돌아다녔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개인이 조성한 정원으로, 요즘 유행에 따라 벼락치기로 만들어 알록달록하게만 꾸며놓은 곳과는 달리 나름 연배가 느껴지고 기품이 있었다. 

이런 집에서 살면 기분이 어떨까? 

개인적 의견으로는 한국정원이 가장 이뻤다. 

그리 높지 않은 전망대도 있어서 올라가보니, 수목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밀의 정원은 수목원 제일 아래 쪽에 살짝 숨어있다.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테마 정원이 있다. 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뽐낼 거고,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그러하듯 몇 년이 지나면 다른 옷으로 곱게 단장하고 있을 것 같다. 수목원 내부에는 곳곳에 카페가 있어서 커피와 베이커리 등등을 즐길수 있다.


그런 다음 전통시장에 들렀는데 아뿔싸, 원래는 5일장이 서는 날이지만 추석연휴라 장이 안 선단다. 대충 점심 때우고 자라섬으로 이동했다. 자라섬 입장료로 7천원을 내면 5천원짜리 상품권을 준다. 가평 시내에서 사용하거나 자라섬 입구에 늘어선 상점에서 쓸 수 있다. 섬 내부에는 커피 혹은 물 밖에 안파는데 커피가 맛없어 보여서 패스하고, 입구 상점에서 마들렌 하나 사먹었다.


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었다. 주로 백일홍이 많았고, 그 외에 국화, 코스모스 등등이었다. 개인적인 소견이긴 하지만, 자라섬은 꽃구경 보다는 '물멍'하러 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 10월에는 재즈 패스티벌이 열린단다!

이곳에서 나와 남송미술관에 갔는데, 솔직히 고백컨데 미술관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찐 예술'이었다. 버스 속력 때문에 사진을 못찍었지만 - 액션 카메라로 찍는 연습을 서둘러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 아름다운 산세와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합쳐져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신성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평의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운지 미쳐 몰랐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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