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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14. 2023

상처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다들 외롭고 상처받는다. 시간의 힘으로 아물긴 했지만 흉터는 여전하다고 한다.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상대방을 원망한다. 난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을 속인다.  


가족과 친구, 회사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찢어진 마음의 상처다. 잘 모르는 사람과는 물리적 충돌로 몸의 상처는 날 지언정, 감정의 상처를 받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래, 내가 먼저 풀어야지라는 착한 생각으로 슬쩍 화해 시도를 해보지만, 내 생각과 니 생각은 달라서 더 큰 상처를 받고 완전히 움츠러든다.


"아이고, 하느님, 인간의 마음을 왜 이리 나약하게 만드신 거죠?" 


이유는 천차만별 가지각색이지만 결과는 딱 하나, 상처다. 그러면서도 상처투성이 관계에 집착하는 이유는 가까운 관계여서 그런 거 같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는 해결하기 어렵고 방법이 있더라도 섣불리 권할 수가 없다. 그외의 관계, 즉 지인과의 문제라면 그들이 떠나는 걸 두려워 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나의 외로움 때문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마녀 아줌마가 사용 중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차피 갈 사람은 가기 때문에 굳이 붙잡거나 쫒아다니지 않는다. 울 엄마는 항상 내게 집과 돈과 사람을 쫒아다니지 말라고 했다. 걔네들이 와서 붙어야 하고, 쫒아다니면 도리어 달아난다고 했는데, 그건 정말 유용한 조언이었다. 젊었을 때는 관계가 틀어지면 마음이 불편하고 오해를 풀어주려고 설명하고 먼저 다가가기도 했는데 그게 소용없었고, 심지어 이용하며 함부로 대하려는 인간들이 훨씬 더 많았다. 


2.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이 그랬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잘못을 저지른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오해일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상대방 혹은 내가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니, 조금 찝찝해도 왠만한 건 그러려니 넘기려고 한다. 혹시 상대방의 의도가 불량했다면 그의 잘못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마음을 바꾸면 되는 거고, 내 의도가 불량했다면 내 잘못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건 상대방의 문제이므로 내가 해결할 수 없더라.


3. 감정은 불안정하고 지멋대로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지금까지 좋았지만 어느 순간 상대방이 싫어지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몇 년을 죽을만큼 사랑한 남녀도 싸우고 헤어지고 궁합이니 뭐니 다 보고 결혼해도 이혼하자나. 그게 꼭 남녀가 아니라 동성의 친구 혹은 지인과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겠지. 게다가 아무 이유 없이, 심지어 난생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호감이 갈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대상이 될 수 있다. 어쩌라고~


4. 상대방의 마음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내 생각을 바꾸는 게 낫다.

나도 내 성격은 원래 이러니까 절대 못바꾼다고 생각했다. 물론 타고난 천성은 절대 안변한다. 오랫동안 강사로 일했지만 여전히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건 어렵다. 아직도 자기소개 하기 싫어서 동호회 가입도 꺼리는 편이다. 아줌마들은 난생 처음 본 옆자리 아줌마들과 마치 수십년된 친구처럼 대화하고 각종 정보를 주고 받던데, 그거 진짜 안되더라. 게다가 내가 깨지고 부서지고 손해봐도 굽히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나의 관점은 바꿀 수 있다. 아니 굳이 바꾸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럴 수 있지'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지'라는 것만 인정해도 완고한 마음이 살짝 녹아내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따뜻해진다. 

 

5.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단절하고 혼자 사는 게 아니다. 혼자서도 살아갈 이유가 있어야 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그림그리기 였다. 특별히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거나, 어딘가에 내재된 예술적 재능(?)이 꿈틀거려서 한 건 정.말.로. 아니었다. 단지 싱글인데다 프리랜서로 몇 십 년 살다보니 직장동료도 없고,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지도 않아서 남들보다 훨씬 더 빨리 '독거노인'이 될 게 분명했고, 앞에 펼쳐질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거창하게 배우거나 시작하기에는 돈도 없고, 능력도 없어서, 그냥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았을 뿐이다. 제일 많이 고려한 건 경제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돈돈 하는 거 같아서 좀 그렇지만 나이들면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세상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없다. 그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억지로 잊으려고 할 필요도 없고, 다른 이들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서 그걸 따라 살면 된다고 생각해.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은 이상 이미 일어난 일을 머릿속에서 싹싹 지울 방법이 없으므로 가끔씩 비집고 나오겠지. 그러나 현재 내 모습에 만족하면 그건 그냥 혼술 안주거리가 될 뿐이야. 

 

사실, 이런 문제를 가장 '쿨'하게 들어주고 가장 '쿨'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분이 법륜스님이다. 물론 그분이 제시한 해법이 너무 '쿨'하다 못해 '냉정'한 것 같지만 그 분은 찐 해법을 제시한 거다.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닐지 몰라도 올바른 해결책이 분명하므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동영상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모두들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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