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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01. 2023

침대 vs 바닥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어린 시절 침대가 로망이었다. '라떼'의 대명사 '국민학교'시절, 부잣집 친구가 사는 커다란 이층집에서 침대와 자가용과 운전기사를 보았다. 다른 것보다 침대가 엄청 부러웠지만 우리집은 공간이 부족해서 엄마를 아무리 졸라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난생 처음 이사를 한 다음에야 생애 첫번째 침대가 생겼다. 그 이후 잠은 침대에서 자는 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근데요, 침대 사이즈가 왜 이리 커야 하나요?"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니 1인 가구라도 침대는 무조건 커야한다가 대세라고 했다. 수퍼 싱글은 고사하고 더블 침대도 모자라 퀸 사이즈, 심지어 킹 사이즈를 사용한단다. 매트리스 종류와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비싼 건 몇 백 만원씩 하는데도 다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반면에 항상 대세와는 거리가 먼 마녀 아줌마는 수퍼 싱글로 너무 커서 본가로 보내버리고 가로 95/세로 180 크기의 맞춤 침대를 사용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약간의 이슈가 생겼다. 


올 여름 유난히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잤다. 침대 반대편 가벼운 매트 한장 깔아놓은 방향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구조여서 매트 위에 이불을 깔고 자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말했더니, 바닥에서 자면 여름이어도 찬기가 올라오고 딱딱해서 몸에 안좋다며 당장 침대에서 자라고 했지만 매트가 찬기를 다 먹아줘서 괜찮았다. 처음에는 두세 시간만 자다가 다시 침대로 올라왔으나, 이상하게도 바닥에서 자는 시간이 늘어가고, 점점 편해졌다. 게다가 바닥에서 잔 다음부터 척추가 바르게 되어가는 거 같고 스트레칭도 점점 잘되고, 어라? 이건 또 모야?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바닥 수면은 금물이라는 조언만 가득했고. 

엥? 내가 토종 한국인이라는 증거일까? 고백컨데 나는 한국식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어서 다른 이들이 극찬하는 한식이나 K-푸드도 좋아하지 않는다. 호주에 갔을 때부터 한식은 아예 끊어 버렸고, 지금까지도 김치를 안먹는다. 나물보다는 찐 채소를 좋아하고, 명절 음식은 더욱 질색팔색이고, 심지어 엄마의 집밥도 안먹을 뿐 아니라 그리워하지도 않아서 엄마를 슬프게 했다. 고추장이니 라면이니 그런 거 챙겨서 여행 간 적도 없다. 나이가 들면 토종 음식이 그리워진다는데 내게 적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서양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만의 음식, 일명 마녀식으로 먹기 때문에 딱히 우리 것이 최고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좌식 생활을 못했다. 이상하게 바닥에 앉으면 그 다음날 어깨가 엄청 아파서 언제나 의자에 앉았고, 엎드린 자세도 못했다. 그런데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몸의 균형이 약간 맞아 들어가자 바닥에 앉을 수 있게 되다가, 이제는 바닥에서 얇은 이불 하나 깔고도 잘 수 있게 되었다. 바닥 수면에 대한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바닥이 척추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거 같고. 당연히 의학적으로 어느 게 맞는 지 모르겠고,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건 알겠지만, 내 몸은 이걸 더 좋아한다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 


올 겨울에는 바닥-침대를 오고가지 않고, 아예 바닥에 요를 깔고 잘 생각이다. 만약 이게 더 좋다면, 아! 골치덩이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긴 하다. 침대를 또 치워야 하자나! 크기가 작아서 누구에게 주거나 팔 수도 없고, 결국 돈 주고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돈 주고 버리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쯤 되면, 아, 나도 남들과 똑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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