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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Dec 18. 2023

글과 그림, 그 이유

마녀 아줌마의 세상살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언제 전시회 할꺼냐, 얼마 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했을 때는 언제 책이 나오냐는 질문을 들었다. 난감했다. 아니라고 말해도 믿는 눈치가 아니어서 살짝 답답했지만 도대체 내가 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일차원적인 목적은 혼자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가장 먼저 찾아낸 게 그림그리기였다. 처음에는 색깔을 사용하는 게 부담스러운 나머지, 동네 취미 미술학원에 가서 무조건 연필 소묘만 할 거라고 딱 잘라 말한 뒤 일 년 동안 연필소묘만 줄창 했다. 재미도 있고, 연필은 가벼우니까 숟가락 아니, 티스푼 들 힘만 있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유화도 하고, 모작도 하고, 현재는 아이패드 드로잉을 하면서 다시 유화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글쓰기는 생각조차 안한 분야였다. 네이버 블로그에 주절주절 써댄 건 맞지만 그냥 단편적인 생각만을 적어놓은 낙서에 불과했다. 단행본 번역을 하던 시절, 서평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부탁도 부담스러웠고 소설을 써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번역과 창작은 완전 다른 분야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 아이패드 드로잉을 시작한 다음, 도대체가 뭘 그려야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하고 거기에 맞는 삽화(?)를 그리면 될 거 같아서 블로그보다는 약간 더 길고 다듬어진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나가 둘이 된 셈이다. 혹은 두 개가 결합한 셈이다.

블로그나 브런치스토리는 개인의 공간이면서 열린 공간이므로 글이나 그림 사진같은 시각적인 매체를 동원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정리하면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 


혼자 사색하고 정리하고 표현하다보면 나에 대해 알아가고 정리하는 데 좋고, 그건 앞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도움이 된다. 다들 비슷비슷하게 살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사소한 물건 구매부터 취업이나 살아갈 방향까지 결정 해야할 일이 훨씬 많아지면서 '만성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데, 물건이야 잘못 사도 그냥 넘어가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항목에서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엄청 망설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이럴 때 평소에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혀두면 조금이나마(!) 수월해진다. 선택을 할 때 나름 객관적 - 인간인 이상, 완벽한 객관은 유지할 수 없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지만 - 근거를 댈 수 있으니까. 


초반에는 그림으로 비논리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글쓰기로 논리적 이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했으나 하다보니 두 가지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그림으로도 논리를 펼 수 있고, 글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성과 감정을 시각화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포스팅한 내용은 외부에 노출되며 뭔가 표현한다는 자체가 타인에게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기에, 전시회 혹은 책 출판과 연관 지을 수 있을 터이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의사소통이다. 말하자면 내가 얼마나 잘 하는지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너의 생각은 그렇구나, 근데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는 식의 대화를 원하는 건데, 지금까지 그렇게 접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소통은 양방향인 거라서 일방적으로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상대방은 관심도 없는데 대화를 나누자고 졸라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글과 그림으로 표현만 줄창 하는 중이므로 결과적으로 아무런 목적(?)없이 무작정 하는 것으로 끝나버릴 수 있고 시간낭비로 이어질 위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타인과의 의사소통도 이루어지거나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겠지. 아님... 뭐, 그런 거지. 맘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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