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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an 13. 2024

덕수궁(경운궁)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살짝 춥긴 하지만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밝았다. 요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꽂힌 덕에 나름의 궁궐 투어를 하는 중인데 오늘은 덕수궁이 뽑혔다.


학교 다닐 때 소풍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 갔던 곳이다. 고궁치고 현대식 석조건물도 있고 분수도 있어서 궁궐인지 공원인지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더라고. 일단 덕수궁의 본래 이름은 경운궁이며, 복잡하기 그지 없는 개화기와 일제시대를 겪다보니 근현대식 건물이 뒤섞일 수 밖에 없고, 한국전쟁때의 총알 자국도 남아있고, 서울 도심에 빌딩이 들어서면서 공간을 많이 내줘야했던 것도 있고. 비록 한계는 있겠지만 현재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대한문과 가까운 순서대로 볼 때 덕수궁은 네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더라.

(1) 함녕전 영역: 광명문 ⇨ 함녕전 ⇨ 석어당 ⇨ 덕흥전 ⇨ 정관헌

(2) 중화전 영역: 중화문 ⇨ 중화전 ⇨ 준명당 ⇨ 즉조당

(3) 석조전 영역: 석조전 ⇨ 돈덕전

(4) 중명전: 현재는 덕수궁 출구로 나간 뒤 찾아가야함


대한문으로 들어가서 광명문으로 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가면 기프트샵&카페가 있고 그 너머에 연지라는 연못이 있다. 물이 꽁꽁 얼어버린 황량한 겨울에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이걸 먼저 보고 가도 되고, 제일 나중에 봐도 된다.

그 다음은 함녕전과 덕흥전이다. 함녕전은 고종의 침전이며 이곳에서 승하하셨고, 덕흥전(맨 오른쪽) 외관은 전통양식이자만 내부는 서양식으로 외국 사신을 접견할 때 사용했다.

정관헌은 한국식 + 서양식이며 이곳에서 고종황제가 커피를 즐겨마셨다고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 방문객 대부분은 이곳을 가장 먼저 둘러보는 것 같았다. 1902년 지었을 때는 중층이었는데 1904년 화재로 소실되고 1905년에 단층으로 지었다고 한다. 앞쪽에 중화문과 행각이 있다.

다음은 즉조당(왼쪽)과 준명당(오른쪽)이다. 즉조당은 원래 정전으로 사용되다가 중화전 건립 후 편전으로 사용했고, 고종은 덕혜옹주를 위해 준명당에 최초의 왕실 유치원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리고 덕수궁 내 유일한 중층 건물인 석어당이다. 또한 유일하게 단청이 없는 것 같았다. 석어당도 1904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05년 다시 지어진 거라고.

준명당 바로 옆에 석조전이 있는데 이곳을 관람하려면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해설사와 동행해야한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어서 다음에 예약하고 둘러보거나 너튜브에 나온 영상이 있으면 그거라도 볼 생각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규모가 너무 커서 핸폰 카메라에 담기가 힘들더라. 게다가 건축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상당한 고가의 전용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한제국의 서양식 영빈관으로 사용되었던 돈덕전이 있다.

그동안에는 여기까지가 덕수궁인 줄 알았는데, 중명전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돈덕전을 둘러 본 후 뒷문으로 나가면 되지만, 막아 놓았길래 안되는 줄 알고 다시 정문으로 나와서 돌담길을 따라 쭉 걸어들어가니 잘 안보기긴 해도 표지판이 있다. 가다보면 경찰들도 많으니 물어보면 된다.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고 한다. 덕수궁 입장과 관계없이 평소(월요일 휴무)에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입구에서 실내화로 바꿔신어야 한다. 들어가자 왼쪽 회의실에 밀랍 인형으로 을사늑약 체결 장면을 재현해놓았다. 처음에는 진짜 사람인 줄 알고 살짝 놀랐다.

그 외의 사진들... 궁궐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그림자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여기는 덕수궁 기프트샵 & 카페 내부와 유리창 너머 보이는 연지의 모습.

중명전까지 본 다음 다시 덕수궁 정문 쪽으로 나오니 교대식을 거행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미리 책을 보고, 가서 보고, 사진을 늘어놓으며 정리를 하니 이제야, 그나마, 겨우, 조금은 제대로 본 것 같다. 며칠 지나면 또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자꾸 가서 보면 조금씩 더 보이지 않을까? 아무리 돌머리(?)라도 열심히 쪼으며 조금씩 새겨지고, 돌머리에 새겨지면 잘 지워지지 않을거라는 희망을 품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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