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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an 06. 2024

칠궁(Feat.청와대)

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원래 목적지는 칠궁 한 곳이었다. 몇 주 전만에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장소였으나, 요즘 푹 빠져버린 유홍준 교수님의 책과 너튜브 강의를 계기로 종묘는 조선의 왕과 왕비의 사당이고 칠궁은 영조의 생모를 비롯한 후궁 일곱 분의 사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길찾기 검색을 해보니 청와대 부속시설이라고 나온다. 아니, 칠궁에 가려면 청와대 관람 예약을 해야하는 걸까? 망설이다가 일단 예약부터 했다. 요즘은 주말 당일에 예약을 해도 널널하게 갈 수 있고, 위치상으로도 딱 붙어 있어서 가는 길도 비슷했다.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 나의 서식지 기준으로 하자면, 강남대로에서 470 혹은 741 버스타고 종로2가에서 하차, 그 자리에서 7212번 타고 효자동이나 경복고교에서 하차하면 된다. 참고로 청와대로 가려면 효자동, 칠궁은 경복고교에서 좀 더 가깝다.


경복고교에서 내려 조금 걸어갔을 때 칠궁이 보이길래 청와대와 연결된 거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란다. 잉? 그렇다면 청와대 예약은 왜 한거니? 일단 이렇게 된 거 예약 시간이 거의 된 청와대부터 들어갔다가 다시 칠궁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래도 포스팅은 오늘의 주인공인 칠궁부터 하는 것으로!


칠궁

육상궁 (毓祥宮): 조선 숙종의 후궁이며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    

저경궁 (儲慶宮): 조선 선조의 후궁이며 추존왕 원종의 생모인 인빈 김씨  

대빈궁 (大嬪宮): 조선 숙종의 후궁이며 경종의 생모인 희빈 장씨     

연호궁 (延祜宮): 조선 영조의 후궁이며 추존왕 진종(효장세자)의 생모인 정빈 이씨     

선희궁 (宣禧宮): 조선 영조의 후궁이며 추존왕 장조(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     

경우궁 (景祐宮): 조선 정조의 후궁이며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

덕안궁 (德安宮): 대한제국 고종의 후궁이며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


하지만 한 곳에 두 분을 모시기도 했기 때문에 사당 자체는 일곱개가 아니라 다섯개이고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현판과 표지판을 보지 않으면 누구의 사당인지 알 수 없다. 길게 뻗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가운데에 냉천정과 연못이 있고 오른쪽은 육상궁와 연호궁이, 왼편에는 저경궁과 대빈궁, 선희궁과 경우궁, 덕안궁이 있다. 사진은 연호궁이라는 현판이 걸린 곳만 찍어보았다.

다음은 주변의 사진들이다.  

칠궁은 작고 소박하면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 햇살을 듬뿍 받은 나무 가지의 그림자마저 아름답다. 원래 해설을 들으려고 했으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그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유홍준 교수님의 강의와 책으로 조금이나마 사전 지식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사당이라는 분위기 탓인지 천천히 둘러보며 걷기 좋았다.

머릿속으로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에서 쿠지까지 이어진 해안 산책로의 절벽 묘지가 떠올랐다. 거길 지나갈 때마다 무섭다기 보다는 평온해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장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장소를 지금에야 알게 되다니, 역사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책도 보고 여기저기 다녀봐야지.


자, 이제는 청와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실이나 접견실 등 내부 시설에는 별 관심이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외부는 다르더라. 든든한 병풍처럼 둘러싼 우렁찬 산과 조그마한 연못과 돌계단과 나무들이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위쪽으로 이어진 산책로도 있었는데, 오늘은 갈 길이 멀어서 안갔지만 봄이나 가을에 와서 걸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왔으니 본관 사진은 몇장 남겨본다. 그나저나 저리도 맑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라니!

아래 왼쪽 사진은 수령 740년의 주목인데 거의 죽은 상태에서도 아직 잘 버티고 있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란다.

본관에 갔을 때는 졸립고 답답하더니, 나무와 연못과 정자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맑게 개였다. 아, 역시 자연이 최고라니까! 봄에 오면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거야. 여기도 계절 별로 와야할 곳이다.

아래는 오늘도 나와 동행해준 나의 그림자와 정문 밖에서 만난 멋진 나무 한 그루!

이렇게 또 한번의 상쾌하고 "우연천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정말 열심히 돌아다니는 중인데, 돌아다닐수록 가야할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거참, 신기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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