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 네 가정이 우리 집에 모였다. 본래 여자들 모임이나 남자들도 점심 먹고 가라며 자리를 허락했다. 성인 남자는 나와 3살 많은 형님까지 둘이다. 세 살배기 남자아이들도 셋이 모였다. 우리 집에 도착한 그녀들은 거실 25%를 차지하는 제법 큰 식탁에 자리를 잡는다. 거실 60%를 차지하는 놀이 공간에는 아이들이 자리를 잡는다. 성인 남자인 우리는 여자와 아이들 옷이 널브러진 거실 한편에 앉는다. 우리에게 가장 편안한 자리다. 주문한 음식들이 오자 아내는 아이들에게 상을 깔아 준다. 견고한 다리가 붙은 흰색 상이다. 우리에게도 상을 준다. 가로 45cm, 세로 26cm 정도 되는 낡은 접이식 상이다. 상을 펴니 상다리가 위태로워 보인다. 그걸 본 형님이 말한다.
"괜찮겠지?"
"아마도? 애들만 안 오면?"
음식을 올릴 자리가 부족해 고민하다 안 먹는 두어 가지를 포기한다. 감사하게도 탕수육 한 통이 우리에게 왔다. 탕수육에 얹는 양파도 왔다. '소스는 왜 없지?' 조심스레 그녀들의 식탁을 보지만 소스가 잘 보이지 않는다. 궁금하지만, 담화를 나누는 그녀들의 말을 끊고 물어볼 용기가 내게는 없다. 이 집 탕수육은 원래 이런가 보다 한다.
아이 둘이 잘 먹지 않고 돌아다녀서 다가가니, 앉아 있는 한 아이가 그릇을 싹 비웠다.
"오~! 더 줄까?"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 밥그릇을 자세히 보니 탕수육 소스가 보인다. '소스가 있는 거였구나...?' 내 동공이 흔들린다. 동공을 진정시키고 아이에게 탕수육을 잘라준다. 탕수육은 다이빙 선수가 되어 소스 위로 뛰어든다.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다 황급히 돌아선다. 식사가 끝난 나는 '점심만 먹고 나가서 자유 시간 가져.'라고 했던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대화 소리가 들린다.
"너무 평화롭다. 애들이 찾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다니."
"그러게 말이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 살 배기들이 보인다. 내가 나가면 왠지 쓸쓸해질 형님도 보인다. 나간다고 하면 받아내야 할 눈총 얼마인가. 그 말은 가슴속에 묻는다. 햇그늘이 길어지려 하자 하나 둘 아이와 짐을 챙기는 그녀들이 보인다. 친구들과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나를 찾는다.
"아빠 놀아요~"
간단하지만 가볍지 않은 언어. 손님들에게 인사하자. 조막만 하지만 철구(鐵鉤) 같은 손이 내 손을 당긴다. 터벅터벅. 베란다 모래 놀이터로 끌려간다. 아내는 벽 쪽 벤치에 누워 숨을 죽이고, 몸을 숨긴다. 그녀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 한다. 오늘따라 창밖 겨울 햇살이 왜 저리도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왜 저리도 슬퍼 보이는 걸까.
'모든 게 의도된 바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