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올래?

by 호준코리안

나는 원래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2025년 3월, 한 지인이 연 파티에서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파티에 들어섰을 때, 평소 즐겨 듣는 힙합 음악이 7평 남짓 되는 공간을 가득 채우며 심장을 울리고 있었다. 테킬라 다섯 잔을 단숨에 털어 넣고 강렬한 베이스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방금 전까지 힙합 음악을 틀던 그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힙합 음악을 좋아하시나 봐요. 제가 디제잉할 때 틀었던 Notorious B.I.G.의 Juicy를 아무도 모를까 봐 걱정했는데, 스테이지에서 너무 재밌게 놀아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실제로 나는 그 노래를 하루에 한 번 이상 듣는 열렬한 팬이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 들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여기는 너무 시끄러우니, 혹시 잠깐 밖에서 이야기 나눌까요?”


파티에서 흔히 오가는, 가장 클리셰 같은 멘트를 날렸다. 그녀는 내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우리는 그날 처음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약 15분 정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몇 마디 나눠보니 그녀는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었고, 알게 된 지는 하루도 안 됐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나보다 세 살 연상이지만 서로 말을 편하게 하기로 했다.


“나는 다음 주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발리로 ‘한 달 살기’ 하러 가. 너도 올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여태 살아오며 쌓은 경험에 따르면, 나는 그렇게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는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한다면 분명 재미있을 것이라는 직감에 흔들렸다는 것. 파티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녀는 나에게 발리에 오라고 다섯 번도 넘게 말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휴가를 내고 덴파사르행 티켓을 예매하고도 남았지만, 계획 없이 일상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너희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점심을 먹으며 동료들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물었다. 누가 들어도 흥미로운 이야기라 그런지 다들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사랑을 찾아 하루빨리 발리로 떠나라는 조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다니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얻을 거라는 의견, 잊지 못할 재밌는 추억을 만들고 오라는 격려 등 다양했다.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내 결정에 당위성이 생겼고, ‘당장 떠나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장님, 4월 7일부터 11일까지 연차를 좀 내도 될까요?”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항상 최대한 바쁘지 않은 시기에 휴가를 떠났던 내가, 한창 바쁜 시기에 갑작스레 떠난다고 하니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무슨 일이 있는지 묻는 부장님께 “행복을 찾아 떠난다"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곧바로 덴파사르행 제주공항 왕복 티켓을 예매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