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예약 페이지에서 봤던 것보다 숙소 분위기는 훨씬 더 평화로웠다. 한국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정체 모를 새소리가 주기적으로 기분 좋게 고막을 간지럽혔고, 야외 풀장은 잔물결 하나 없이 고요했다. 서울에선 아무리 고개를 들어도 볼 수 없던 별들이 쏟아지듯 하늘을 메웠다. 도시의 불빛에 갇혀 있던 내 시야가, 그제야 비로소 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를 발리로 초대한 그녀와 이 숙소를 공유하기로 했는데, 넓은 화장실이 딸린 침실 2개와 공용 공간의 거실 1개로 구성돼 각자 편히 쉴 수 있는 구조였다.
짐을 풀고 쉬고 있던 그녀가 방에서 나와 간단히 인사를 건네며, 웰컴 드링크로 대만의 대표 위스키인 카발란 버번 솔리스트를 온더락 잔에 담아주었다. 작년 12월부터 위스키에 관심이 생겨 하루도 빠짐없이 바 투어를 다니던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인사였다.
야외 풀장 앞 선베드에 누워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자, 오크통 숙성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바닐라 향과 버번 특유의 스파이시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그녀와 나는 각자 선베드에 기대어 위스키를 홀짝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가 발리에서 약 2주 동안 지내며 쌓아온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러다 ‘올빼미 타임’을 제대로 즐겨보자는 데 뜻을 모았고, 하우스 음악에 몸을 맡기기 위해 비치클럽 포테이토헤드(Potato Head)에서 운영하는 실내 클럽 클라이맥스(Klymax)로 향했다.
새벽 2시, 그랩(Grab) 바이크를 타고 낯선 도로 위를 질주하는 낭만에 취해, 클럽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클럽에 도착하자마자 웰컴 드링크로 테킬라 한 잔. 음악은 묵직했고, 그녀와 나는 바운스를 타며 리듬에 몸을 맡겼다. 곧이어 테킬라 한 잔을 추가로 주문했고,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원 모어 테킬라?”
그가 권했고, 그녀와 나는 당연히 서비스로 주는 잔이라 생각하며 잔을 받았다. 바로 그때, 다른 바텐더가 조용히 종이 청구서를 내밀었다. 그녀와 나는 웃으며 카드를 건넸지만, 속으로는 ‘아, 당했구나’ 싶었다. 그는 말 그대로 영업왕이었다. 어쩌면 사기꾼.
숙소로 돌아와 잠들기 전, 야외 풀장 앞 선베드에 앉아 땀에 젖은 몸 위로 달려드는 모기를 손으로 툭툭 쫓아내며, 오늘 하루를 천천히 되짚었다.
“이 정도면, 발리에서의 첫날 밤… 나쁘지 않지?”
그 말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낯선 땅에서의 첫날 밤은, 위스키와 테킬라, 그리고 음악에 실려 기분 좋게 끝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