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건 라브리사 비치클럽이었다. 행동대장과 알고 지낸 사이였던 그녀는 라브리사에 가고 싶다고 했고, 행동대장이 자연스럽게 우리 일행에 초대했다.
둘의 첫 만남은 공항이었다. 덴파사르에서 비자를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줄, 그 앞뒤에 서게 된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택시를 예약하지 못했던 행동대장이 목적지를 물었고, 숙소가 가까워 함께 이동했다. 이동 중 대화를 나누며 금세 편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그녀와 마주하게 된 경로도 비슷했다. 우연한 선택들이 겹쳐 같은 공간에 있게 된 것뿐이다. 특별한 의도를 가진 만남은 아니었고, 그래서 더 편했다.
처음 본 인상은 밝고 단정했다. 말투는 부드러웠고, 웃을 때 주변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운이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였고, 대화도 어렵지 않았다. 그 밝음 뒤엔 시간과 경험이 만든 단단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보게 됐다. 어떤 말을 할 때 조금 더 눈을 맞추는지, 어떤 상황에서 조용해지는지. 그런 관찰들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이 조금 달라져 있다는 걸 느꼈다. 마음을 열고 있다는 감각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조용히 스며드는 쪽에 가까웠다.
가장 놀라웠던 건, 그녀와 나 사이에 겹치는 지인이 무려 네 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한 명은 그녀가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룸메이트였고, 내겐 직장동료였다. 이 연결고리를 알게 됐을 때, 우린 동시에 놀랐다.
낯선 땅에서 그렇게 가까운 연결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신뢰감 같은 게 생겼다. 억지로 친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그건 분명 특별했다.
굳이 운명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그런 순간은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연결감이 느껴지고,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시간들. 그날 이후, 나는 그런 흐름을 조금 더 인정해보기로 했다. 이유를 따지기보단, 흐름에 반응해보는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