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반.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러닝에 적당한 상하의를 손끝으로 집어 들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둔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옷에 팔다리를 겨우 우겨 넣었다. 라브리사 동행 멤버 중에는 ‘러닝맨’이 한 명 있었는데, 그가 제안한 러닝 모임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오전 6시 반까지 집결지로 가기 위해 비몽사몽한 채로 그랩 바이크를 불렀다. 바이크에 올라타자마자 내리던 약한 이슬비와 차가운 바람, 그리고 온몸에 전달되는 바이크의 진동 덕분에 잠이 확 깼다. 신체 세포가 하나하나 깨어나는 기분이 들 무렵,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어느 한 카페를 베이스캠프 삼아 운영되는 러닝 모임의 출발점이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온 70여 명의 사람들이 완주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중 95%는 서양인이었고, 나머지 5%는 러닝맨이 이끄는 우리 팀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한 뒤, 동적 스트레칭을 시범 보이며 몸을 풀게 했다. 러닝 크루 경험이 전무한 내게 그 현장의 에너지는 매우 낯설고도 낯설었다. 뛰기도 전에 심박수가 이미 130을 넘긴 듯했고, 출발과 동시에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발리로 초대한 그녀의 뒤를 따라 페이스 조절을 하며 달리려 했지만, 그녀의 심폐지구력 앞에선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속도를 늦춰 걷기 시작했다. 그녀가 시야에서 멀어지고, 마침내 사라질 즈음, 조금씩 호흡이 돌아왔다. 다시 끈기를 갖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행동대장이 내 옆에 붙었다. 분명 몇 마디 주고받은 기억이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다시 혼자 외롭게 달리고 있었다. 정신을 놓고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새 2.5km. 앞으로 남은 거리는 1.5km. 평소 러닝을 하지 않는 내게 두 다리는 점점 돌덩이처럼 무거워졌고, 지금이라도 멈춰 걷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하지만 벌써 이만큼이나 달려왔는데, 남은 거리는 오히려 짧은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기로 두 발을 성실히 내디디며 다시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초중반에 나보다 앞서 달리던 이들을 하나둘 제치기 시작했고, 마침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그렇게 낯선 땅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달렸고,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이유는 몰라도, 이 여정은 분명히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