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 1.
저는 G키 음악을 좋아합니다. Em키도 좋아하고요.
둘 다 F에 #이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기타를 처음 만져본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같은 교회 형들이 많은 학생들 앞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형들에게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형들은 참 좋은 형들이었습니다. 다들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는지...)
형들은 저에게 코드를 잡는 법부터 알려줬습니다.
반주가 되어야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커리큘럼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C Dm Em F...... F..... F..... G Am
(Bm7-5는 생략)
물론 위 순서대로 배운 건 아닙니다. 노래 책을 펴 놓고 그때그때 나오는 코드를 알려주는 방식이었죠.
손가락이 많이 아팠지만 참을 만했습니다.
저는 곧 멋있어질 거니까요. 그들처럼.
하지만 첫 번째 난관이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F
왼손 검지로 6줄을 다 누르고 나머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도 전부 사용해야 하는 어마무시한 코드였기 때문입니다.
아직 기타 줄에 손가락도 적응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F코드는 거의 넘사 벽이었죠.
기타는 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도 소리가 안나는 F코드가 들어가는 C키 음악은 점차 패스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비해 G키 음악은 플레이하기 조금은 편한 곡이었죠.
G Am Bm..... Bm..... C D Em (F#m7-5는 생략... 하프디미니쉬 같이 이름이 어려운 코드는 단어자체가 어렵다고 느껴 패스...)
Bm도 F 못지않게 어려웠지만 F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7음이라도 들어가면 새끼손가락도 쉴 수 있고, 왠지 모르게 소리도 더 풍부해지는 느낌에 더 좋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베이스라는 악기를 잡았을 때도 역시 F음은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팔이 짧아서 F음을 장시간 누르고 있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F, Bb 음이 많이 들어가는 곡들은 피로를 많이 느꼈습니다.
(핑계이겠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조 음악 보다 G키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따라 부르기 좋아하는 노래들도 대부분 G키 음악들이 많았습니다.
더 높은 음역대의 음악도 G키로 낮추거나 높이면 부르기 편하고요.
구글로 찾아보니 G키가 남자에게는 가장 무난한 키라고 하네요.
익숙하고 자신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것들이 가장 편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익숙하고 편안한 게 오래 가면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치바의 한 호텔에서 3박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아침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플랜을 이용하지만
여행이 길어지니 아침정도는 잘 먹어야겠다 싶어 이 호텔에서는 아침식사를 다 하기로 했습니다.
첫 아침 식사 때는 오랜만에 보는 쌀과 된장국, 샐러드, 과일 등이 잘 차려져 있었고 게다가 오믈렛까지 만들어서 식탁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에 대만족을 했었습니다.
두 번째 아침 식사도 만족했습니다.
오늘 세 번째 아침 식사도 카레와 더불어 만족했습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첫 식사와 거의 같은 메뉴가 나왔음에도 만족도는 점점 떨어지더군요.
식사 후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며칠 동안 찾은 레스토랑의 모습과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절대 음감이 아니기에 들려오는 음악이 G키 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음악이 진행되는 코드 진행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기에 중간중간 기술이 들어가는 부분들은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지병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음악을 파헤치고 있으니까요. 아주 몹쓸 병인 것 같습니다.)
코드 진행 중 흔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G7 - C - F -G7 -C
매우 단순하고 기교가 안 들어가 있다고 나쁜 건 아니겠지요.
이 코드에 II-V-I 코드를 넣으면
G7 -Gm7 C7 -F -G7 -C
이런 식으로도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Gm7이나 C7에 들어가는 Bb음은 원래대로 라면 C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음이지만 노래의 일부를 순간 F키로 보고 사용하면서 C키에 익숙해진 귀에 작은 신선한 긴장감을 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코드 진행을 보고 기술 들어갔다고 하지는 않지요. 텐션이나 대리 코드도 많이 사용하니 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익숙함에 조금만 기술이 과하게 들어가면 신선한 긴장감이 아닌 낯설다 못해 말 그대로 이상해져버리 일쑤인 것 같습니다. '오 조금 신선한데.'로 시작해서 '어 좀 이상한데'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거죠.
과유불급이라 했던가요.
매일 일만 하던 삶에 신선한 포인트를 주고자 떠난 여행.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것 보니 집에 가고 싶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