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의 여름은 소나기 같이 왔다 지나가나 봅니다.
한국은 아직도 덥다고 하던데 리가는 체감 온도가 10도 밑으로 내려온 지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한여름밤의 꿈같은 여름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내가 일주일 만에 이곳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지 어느새 석 달이 지나갑니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바쁘지는 않았는데 그만큼 감정의 소모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회사의 바쁜 일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얼마 안 남은 일들이 있지만 귀국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내년에도 이곳의 비즈니스는 계속될 것인데 모든 짐을 정리하고 들어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정황상 회사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짐작이 되어 불안할 때도 분노할 때도 있었지만 의외로 드디어 집에 간다는 생각에 요즘은 평상심을 찾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다산 정약용의 글을 정리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용은 꽤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나와 다른 이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죽일 듯이 분노가 차오르고 돌아서서 생각해 봐도 분을 삯일수 없는 나날이 지속된 적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화를 내고 있는 와중에 미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화해의 제스처로 관계를 회복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다산의 이야기는 나이가 들어서는 그러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왜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다들 화해는 좋은 거라 생각하는데.
그 영상을 본 이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화해라는 게 과연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인지, 서로의 진정한 반성이 있는 미래가 있는 화해인지.
제 상황에서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화해를 생각하는 것은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다라는 영상의 내용이 더욱더 맘에 다가왔습니다.
회사는 나의 업무를 하나둘씩 가져가 버렸고 그 이후에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 뿌리내린 저의 네트워크와 보이지 않는 업무에 대해 심각한 고려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에 한때는 회사가 잘 못 생각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현지의 파트너들도 너의 경질은 회사의 큰 손해가 될 것이다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잠시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감정적 소모가 많았던 나날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생각을 바꾼 것 같기도 합니다.
감히 너네가 나를 잘라? 어디 잘 되나 보자.
마음 깊숙이 숨겨놓은 이 생각이 제 자신을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회시가 잠시 급여를 주고 나에게 맡긴 일을 이제 회수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분노는 이외로 순식간에 살아졌습니다.
서로 기브엔 테이크였던 거죠.
회사는 나를 필요로 했고 그만큼 급여를 지불했고 저는 그에 합당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회사는 이 지역에서 어느 정도 견고한 위치를 갖게 되었고 더불어 저도 이 지역의 나름 전문가로 성장했으니 서로 윈윈 한 셈이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헤어지는 순간 만큼은 서로에게 상처 주고받는 일이 없기를 …
리가의 금요일 저녁 어느 바에서
tube의 stoires를 듣다 보니 조금 센치 해지는군요
군입대 30주년을 기념하며. ㅎ